전체 참가 선수 45명 중 41위의 보잘 것 없는 성적. 하지만 그에게 쏠린 관심은 금메달리스트 이상이었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열 여덟 소녀는 “모든 게 정말 놀라웠고, 경기장에서 이전에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목숨을 건 탈출 끝에 올림픽 무대에 선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18)의 이야기다. 그는 7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접영 100m 예선에서 1분9초21을 기록했다. 1조 다섯 명의 선수 중에서는 가장 앞섰지만 전체 참가선수 45명 중에선 41위에 그쳐 16명이 겨루는 준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마르디니는 패배자가 아닌 꿈을 이룬 승리자였다. 그는 몰려든 취재진에게 “내 유일한 소망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고, 이런 선수들과 내가 경기를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올림픽에 처음으로 난민팀을 꾸렸다. 남수단 출신 육상 선수 5명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유도 선수 2명, 시리아 출신 수영 선수 2명, 에티오피아 출신 육상 선수 1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막내로 개막식 때 난민팀을 대표해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 마르디니의 사연은 특별하다. 그는 지난해 8월 내전에 짓밟힌 고향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 레바논과 터키를 거쳐,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던 도중 타고 있는 소형보트에 물이 차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이 때 바다에 뛰어든 마르디니는 소형 보트를 3시간30분가량 몸으로 밀며 헤엄쳐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난민팀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되찾고 그 꿈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마르디니는 11일 여자 자유형 100m에도 출전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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