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몰트 수치에 의하면 테러 닥칠 위험 현저히 낮아…“세상은 의외로 안전해”
테러 공포 과장하면 예측 못한 역효과 발생할 수도

“테러로 죽을 확률은 코코넛 나무 아래에서 열매를 맞고 즉사할 확률과 비슷하다.”
테러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테러 공포감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 지역을 회피하려는 것은 여행객들의 당연한 선택이지만 테러 위험도에 비해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공포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안보 전문가인 피터 호벨은 5일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여행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에서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가디언에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공항으로 향하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공항 출입국 관리소에서 수속을 기다리던 중 심장마비에 걸려 죽을 확률이 더 클 정도”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통계분석 방법인 ‘마이크로몰트’(MM) 수치를 이용해 사망 위험도를 비교해본 결과, 테러로 목숨을 잃을 확률은 다른 요인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마이크로몰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망할 확률을 나타낸 지수로 100만 명에 1명이 사망하면 1MM이다. 심장수술과 제왕절개 수술은 건당 각각 1만6,000MM, 170MM으로 나타났고 오토바이는 400㎞ 운전 기준 40MM이었다. 테러의 마이크로몰트 수치는 하루 동안 코코넛 나무 밑을 지나다 떨어지는 열매에 맞아 죽는 확률인 0.5MM 정도였다. 호벨은 “이는 셀카 사진을 찍으려고 뒷걸음질 치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확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테러로 사망할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불구하고 상당수 여행객들이 테러 위험 국가를 외면하는 건 결국 심리적 문제라는 분석이다. 2005년 7월7일 발생한 영국 런던 지하철 연쇄폭탄테러로 52명이 사망했는데 이후 시민들은 주인 없는 가방을 공공장소에서 목격할 때마다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영국 런던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한 해 동안 분실되는 가방만 약 3만개에 달하는데, 최소 매년 3만 명 이상은 극도의 테러 공포감을 체험하게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테러 공포에 대한 과장된 불안감이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비행기 탑승에 불안감을 느낀 상당수 미국인들이 자가 차량을 이용했는데 그 결과 2002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도에 비해 1,500명이나 증가했다. 가디언은 “테러 같은 상당수의 재앙은 당신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상은 의외로 안전하다”며 “테러가 발생했을 때 언론 보도들이 앞다투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현실을 왜곡하는 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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