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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량은 뒤져도 팀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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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량은 뒤져도 팀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다

입력
2016.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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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1-0과 7-0.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한국과 피지전의 전ㆍ후반 스코어다. 수치상으론 큰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과 비교해 후반에 우리의 전술이나 공격 패턴이 특별하게 달라지진 않았다. 피지는 전반부터 측면 수비수가 가운데 촘촘하게 포진해 중앙을 두텁게 막았고 한국은 그 틈을 노려 좌우에서 계속 크로스를 올렸다. 후반에도 마찬가지였다. 승부를 가른 건 후반 17분 두 번째 골이었다. 이 점수가 나온 뒤 피지 선수들은 눈에 띄게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선수의 심리가 그렇다. 첫 실점 후에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지만 한 골 더 내주고 나면 맥이 탁 풀린다. 추격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만약 1-0으로 앞선 전반 막판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넣었다면 좀 더 빨리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른 시간 선제골도 주효했지만 후반 중반 나온 두 번째 득점이 대승의 물꼬를 튼 셈이다.

첫 경기 대승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최약체를 상대로 한 결과라며 평가 절하할 이유도 없다. 국제 대회에서 첫 경기는 언제나 부담스럽고 더구나 밀집수비로 나오는 약 팀과의 경기는 늘 어렵다. 한국은 충분한 준비를 했고 의도한 대로 열매를 땄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분위기를 타기 마련인데, 자신감을 얻은 것은 독일과의 2차전을 앞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

유럽 선수들은 월드컵에 비해 올림픽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올림픽에 대비해 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을 거고, 유럽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체력도 100%가 아니다. 실제 독일은 대회를 앞두고 약 1주일 소집 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유럽 팀과 선수들이 준비를 소홀히 한다고 볼 수 만은 없다. 유럽 축구의 토양과 환경이 원래 그렇다. 독일 같은 강팀은 메이저 대회 조별리그에서 종종 고전한다. 그들은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며 조직력을 완성해가고 체력을 끌어올린다. 다시 말해 지금은 독일이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기 힘든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물로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독일 선수들은 모두 프로 클럽 소속이다. 개인적인 능력은 한국보다 분명 한 수 위다. 조직력보다는 개인의 역량으로 승부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겁낼 필요는 없다. 개인 종목과 축구가 다른 게 무엇이겠나. 개인 기량은 뒤져도 팀으로 이길 수 있는 게 바로 축구다. 능력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의지와 마음 역시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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