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알바? 큰코다쳐요”
폭염에 주문 늘어나 작업량 급증
신참은 일주일 버티기도 힘들어
그 빈자리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
“‘꿀 알바’라고요? 한 번 해보시죠.”
5일 오전 5시 경기 부천시의 D냉동공장. 내심 도심 속 피서를 기대하고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겠다는 기자에게 윤준일(47) 사장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얼음을 보관하는 저빙실 안 수은주는 영하 1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 시원한데 얼음을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힘들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을 시작했다. 15㎏ 얼음덩어리를 저빙실에서 20m 떨어진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작업이 이날 해야할 일. 겹겹이 껴입은 패딩점퍼와 두꺼운 옷이 땀범벅이 되기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3개월 전 한국에 온 스리랑카인 투챠르(38)씨는 “처음에는 털 모자와 장갑을 껴입고도 추워 몸을 떨었는데 요즘에는 얼음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시급 6,600원으로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한 여름 얼음공장 아르바이트는 무더위를 피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꿈의 아르바이트로 불린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 편한 일이란 없었다. 이 곳 사람들은 한겨울과 한여름을 하루에도 수십 번 경험한다. 영하 10도를 넘는 저빙실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오니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막혔다. 작업장 안팎의 온도차가 50도에 육박하는 탓에 공장을 드나들 때마다 이런 신체적 충격을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그래서 얼음공장 노동자들은 냉방병을 달고 산다. 윤 사장은 “직원 대부분이 여름만 되면 비염 증세를 호소한다”며 “짧은 휴식시간에도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기 싫어 창고 안에서 쉬는 작업자가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지속되는 폭염으로 주문이 급증하면서 작업 강도도 덩달아 세졌다. 윤모(47)씨는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까지 6시간 정도 추가 근무를 해도 주문량을 못 맞추는 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쾌적한 작업환경을 머리 속에 그리고 얼음공장 문을 두드렸다가 금세 나가 떨어지는 아르바이트생도 부지기수다. 42년 째 얼음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73)씨는 “전날에도 한 아르바이트생 발등에 수십㎏짜리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부상을 입고 결근했다”며 “일주일을 버티는 신참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빈자리는 투챠르씨 같은 외국인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이 공장에도 외국인 5명이 일한다. 공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 노동자들도 찾아 왔는데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죄다 그만 뒀다”며 “네팔, 필리핀 등 더운 나라에서 온 인력이 그나마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8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머리카락 끝에 매달려 얼어있는 땀방울을 털어내려 장갑을 벗어 던지자 투챠르씨가 급히 다가와 “이대로 밖에 나가면 냉방병에 걸릴지 모른다”며 손을 꼭 감싸줬다. 그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낯선 곳에서 일하는 현실이 작업실 냉기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면서도 “더운 날씨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을 보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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