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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코끼리 탄생을 기뻐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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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코끼리 탄생을 기뻐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6.08.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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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지난 6월24일 태어난 새끼 코끼리가 어미 코끼리를 쫓아가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 지난 6월24일 태어난 새끼 코끼리가 어미 코끼리를 쫓아가고 있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은 최근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암컷 새끼 코끼리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 곳에서 새끼 코끼리가 태어난 것은 22년 만이다. 서울대공원은 이를 기념해 새끼 코끼리의 이름을 지어 주는 공모 행사까지 벌였다.

새끼 코끼리는 어미 코끼리 수겔라의 뒤를 쫓아다니거나 코로 나뭇가지를 장난감 삼아 갖고 놀았다. 이를 보던 사람들은 “귀엽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은 새끼 코끼리의 탄생을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주체크(zoocheck) 캐나다의 설립자 겸 야생동물 보호활동가인 로브 레이들로는 ‘동물원의 동물은 행복할까?’라는 책에서 코끼리는 동물원 사육이 어려운 4대 동물 중 하나로 꼽았다. 3대에 걸쳐 무리를 짓는 대가족 습성과 평생을 이동하며 사는 생활 방식을 동물원의 좁은 우리에서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끼 코끼리가 생활하기에 동물원 환경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라는 책을 쓴 최혁준(21)씨와 서울대공원을 함께 돌아봤다.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학년생인 최씨는 청주 세광고에 다닐 때 국내 주요 동물원 평가를 진행한 책을 써서 알려졌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전주동물원 시설개선 작업에도 참여했다.

서울대공원 아시아코끼리 외부 방사장에서 어미 코끼리 수겔라와 새끼 코끼리가 함께 거닐고 있다.
서울대공원 아시아코끼리 외부 방사장에서 어미 코끼리 수겔라와 새끼 코끼리가 함께 거닐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국내 동물원 가운데 유일하게 다양한 연령, 성별의 코끼리 6마리가 함께 모여 살고 있다. 최소 1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는 야생 환경에 비해 부족하지만 1,2마리씩 살고 있는 다른 동물원보다 양호한 편이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코끼리는 어미 수겔라 외에 할머니 격인 사쿠라 등 다른 암컷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무리의 습성을 배울 수 있다. 암컷 코끼리는 2,3세대가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코끼리들은 무리 안에서 대를 거듭하며 생존기술, 지식, 문화를 전수한다. 수컷들도 10~13세 때 무리를 떠나기 전까지 사회화 교육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에게 무리 생활은 중요하다. 무리 생활을 거치지 않은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들과 섞여서 생활하기 힘들다. 지난 1998년 5년의 수유 기간을 거친 뒤 서울대공원에서 부산의 한 동물원으로 팔려간 새끼 코끼리 삼돌이는 무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다른 코끼리와 함께 사는 데 실패했다.

방사장 환경도 양호했다. 서울대공원의 아시아코끼리 사육장은 넓이가 각각 2,000㎡, 1,700㎡, 930㎡인 3개의 외부 방사장과 160㎡ 넓이의 내실로 구성돼 있다. 최씨는 우선 3개의 외부 방사장 크기에 대해 “국내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라며 “6마리를 사육하기에 좁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내실이다. 내실은 관람객이 볼 수 있는 방 2개와 드러나지 않는 방 3개 등 총 5개다. 전부 합쳐도 외부 방사장과 비교하면 많이 좁다. 최씨는 “코끼리에게 적합하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과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전면 유리를 설치해 모든 것이 노출되면 코끼리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인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도 “코끼리들이 추운 겨울철에 내실에서 지내야 하는데 공간이 좁고 시설이 열악하다”며 “동물의 습성을 살릴 수 있도록 실내도 야생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개선이 시급한 외부 방사장부터 보수에 들어가서 내실을 당장 개선할 계획은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설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새끼 코끼리가 어미 수겔라를 앞서 달려가고 있다.
새끼 코끼리가 어미 수겔라를 앞서 달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서울대공원의 새끼 코끼리 사육 환경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다. 그는 “전체 사육공간을 감안하면 새끼 코끼리를 계속 대공원에서 사육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끼리 무리집단을 형성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앞으로 새끼 코끼리를 계속 대공원에서 사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컷 아시아코끼리인 칸토와 가자바가 서울대공원 코끼리 사육장의 외부 방사장에서 풀을 뜯고 있다.
수컷 아시아코끼리인 칸토와 가자바가 서울대공원 코끼리 사육장의 외부 방사장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동물원 시설이 좋아도 한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이동하며 대규모 집단을 형성하는 코끼리의 습성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20마리 코끼리 가운데 이번에 태어난 서울대공원 새끼 코끼리를 제외한 19마리 모두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이는 단순 행동(정형행동)을 되풀이했다.

특히 동물보호단체 측에서는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에서 사육하는 9마리를 제외한 국내 동물원 코끼리들이 종합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동물원 속 코끼리들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활해 발 상태가 좋지 않고 운동 부족으로 관절염을 많이 앓는다”며 “하지만 사육사와 수의사가 몸집이 큰 코끼리에게 접근해 검사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등 일부 동물원에만 있는 코끼리 검진 교육, 훈련을 받은 전문 수의사와 사육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원에서 코끼리에게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면 아예 소유를 하지 말라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주요 동물원들은 사육하던 코끼리가 죽으면 새로운 코끼리를 들여오지 않고 석상을 세워 코끼리의 자리를 기념한다. 전 대표는 “코끼리는 굉장히 넓은 부지와 전문적인 관리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코끼리 보호소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코끼리를 더 이상 들여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수겔라와 새끼 코끼리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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