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 우려가 하나 둘 현실화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핵ㆍ미사일 대응 국제공조체제의 붕괴 조짐이다. 3일 일본 경제수역(EEZ)을 침범한 북의 노동 미사일 발사는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심각한 위협이다. 한ㆍ미ㆍ일이 즉각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규탄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9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규탄성명을 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중ㆍ러의 동참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8일 우리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도처에서 2270호 무력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억제, 나아가 궁극적 폐기를 이뤄 내기 위해서는 중ㆍ러를 포함해 흔들림 없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북핵ㆍ미사일 대응 차원에서 취해진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그 같은 국제공조 대열을 균열시키고 있으니 기막힌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계기로 동북아에서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면 외교를 통한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틈을 타 더욱 노골적으로 핵ㆍ미사일 개발에 나설 게 뻔하다. 그제 노동미사일 발사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한발 더 나가 5차 핵실험을 할지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공공연하게 협박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북중, 북러 경제교류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중국 정부의 한류 견제, 비자발급 제한 등 저강도 보복조치의 노골화도 심상치 않다. 물론 이 같은 중국의 반발과 보복성 조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인 만큼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우리 외교 최대 목표인 북핵ㆍ미사일 억제 노력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중대한 사태다. 정부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내달 2ㆍ3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특히 주목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이란 외교무대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ㆍ러가 대놓고 박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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