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교수 감금 사태를 불렀던 학생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총장 사퇴’ 요구에는 거부 의사를 밝혀 ‘미래라이프대’ 설립 백지화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화여대 파행이 길어지고 있다.
최 총장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찾아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ㆍ교직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강대일 서장에게 냈다. 그는 탄원서 제출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모두 포용하고 경찰에 선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경찰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총장은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퇴진 요구에는 “지금은 학교를 빨리 안정시키고 화합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수용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지난달 28일 미래라이프대 설립 논의와 관련해 학교 평의원회에 참석했던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46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같은 달 30일 경찰의 도움으로 빠져 나왔다.
학생들은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성 학생 측은 이날 “대화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경찰병력을 보내 폭력으로 대응한 최 총장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중적 행동”이라며 “총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바란다”고 맞섰다. 학생들은 전날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처분에 대응하는 한편, 시위 참가자 수사가 종결된 뒤 결과를 학교와 경찰이 공문으로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학교 측의 탄원서 제출과 관계없이 감금 혐의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금 혐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요청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어서 탄원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다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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