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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천상륙작전

입력
2016.08.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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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 관객이 몰려간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북한 반응이 예민하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말 “미제의 전쟁 책동을 미화분식하고, 사드의 남조선 배치를 합리화해 민심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책동”이라며 “죽음을 불사한 이야기니 뭐니 하는 수작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5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단체 관람을 힐난하면서 “대비할 수 없이 적은 우리 인민군 용사들에 의해 미제 침략군의 대무력이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전투”라는 억지 주장을 더했다.

▦ 북한마저 관심을 보이는 화제작을 보지 못했지만 ‘성공 확률 5,000대 1’이라는 예고편 자막이 새삼 궁금했다. 최근 출간된 ‘맥아더(미래사 간)’에는 맥아더 장군의 대담한 제안을 놓고 워싱턴의 군 수뇌부가 무성한 반대 의견을 내는 가운데 한 장성이 이 말을 한 기록이 나온다. 맥아더 뒤를 이었던 매튜 리지웨이 유엔군 사령관의 한국전쟁 회고록에도 ‘5,000대 1의 승률밖에 되지 않는 도박’이라는 말이 있지만 분명한 설명은 없다. 당시 참모차장이었던 리지웨이는 기발하다는 이유로 군 수뇌부로는 거의 유일하게 찬성했다.

▦ 인천항은 상륙작전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항구지만 해변이 없다. 썰물 때 1~4km의 갯벌이 이동을 제약하고, 지뢰를 묻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조수 간만의 차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조수가 최고조에 이르러 상륙정을 대기에 용이한 시기도 9월과 10월 각 하루씩밖에 없었다. 디데이가 9월 15일 새벽으로 잡혔지만 대규모 상륙에 적합한 시간은 아니다. 5,000대 1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썼다고 추측한다.

▦ 북한의 억지와 달리 유엔군은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인천항을 접수했고, 상륙 첫날 전투에서 미군 사망자는 20명에 불과했다. 무방비나 다름없었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한국전쟁을 다룬 ‘콜디스트 윈터’의 저자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계획이 치밀하고 노련한 면도 있었고, 전쟁의 신이 인민군에게 김일성이라는 부주의한 지휘관을 내려준 덕도 있었다”고 평할 정도다. 상륙작전의 대성공은 맥아더에게 천재 지휘관이라는 명예를 안겨준 동시에 독이 됐다. 지나친 자신감에 중공군의 개입을 간과했고, 전세를 뒤집기 위해 확전을 꾀하다 워싱턴과 충돌한 끝에 해임이라는 치욕을 안았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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