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과세 피할 방법 찾아라”
해외 4개 법인 둘러 거래 감춰
알짜배기 日롯데홀딩스 주식
수억원에 증여 천문학적 이득
역대 최대 규모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신격호(94) 총괄회장 일가는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간의 복잡한 거래를 통해 편법 증여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2006~2010년 수 차례에 걸쳐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있는 4개의 SPC를 이용해 롯데그룹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 등에게 넘겼다. 신 총괄회장의 차명주식 6.2% 중 절반 가량을 신 이사장이, 나머지를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와 그 딸인 신유미(34)씨가 매입했다. 이들은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고작 수억 원에 주식을 사들여 사실상 천문학적인 액수의 주식을 공짜로 증여 받았다. 검찰은 관련 SPC의 자금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추가로 다른 SPC가 탈세에 이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편법 증여는 “과세를 피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신 총괄회장 지시에 따라 정책본부가 SPC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Y법무법인이 SPC 설립 등 실무를 거드는 식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 1일 Y법무법인으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 받아 분석하는 한편 업무에 개입한 윤모 변호사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신 총괄회장 일가의 혐의를 입증할 다수의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식 소유관계를 속이기 위해 여러 차례 SPC를 둘러서 거래가 진행된 악의적이고 교묘한 증여 행위”라며 “정책본부 직원들도 탈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의 공소시효가 10년인 만큼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를 기소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 매매 정황이 짙은 만큼 신 총괄회장에게는 양도소득세를 탈세한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주식 이전 과정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그룹 내 주요 지분취득 과정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동주ㆍ동빈 형제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은 전부 신 총괄회장이 증여한 것으로 아는데 국내에서 증여세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어떤 분들이 주식이전 과정에 관여됐는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이날 신 이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 관련 청탁과 함께 챙긴 35억여원의 범죄수익 추징을 위해 신 이사장 소유의 서울 용산구 아파트와 서초구 염곡동 땅 등의 처분을 막아달라며 검찰이 낸 추징보전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2009년 롯데백화점 입점을 원하는 업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10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롯데백화점 전 이사 권모(55)씨 및 권씨와 공모한 브로커 조모(47)씨를 이날 구속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