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기준금리 0.25% 인하 조치
글로벌 주가에 큰 영향 못 미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 단기 충격이 지나간 이후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요국들이 또 다시 앞다퉈 통화완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돈풀기 정책에 익숙해 진 시장은 웬만한 규모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실망감을 나타내는 형국이다. “풀수록 효과 없이 거품만 키울 것”이란 회의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4일(현지시간) 2009년 이후 7년 만에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인하하고 기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확대했다. 향후 6개월간 국채 매입 한도를 3,750억파운드(약 547조원)에서 4,350억파운드로 늘리고, 1년 반 동안 회사채도 100억 파운드 규모로 사들이는 등 영란은행이 추가로 시중에 풀겠다고 밝힌 유동성 규모는 1,700억파운드(약 233조원)에 달한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추가 부양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만큼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상황이 위태롭다는 의미다.
앞서 일본은 300조원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연간 3조3,000억엔에서 6조엔으로 늘리겠다는 통화완화책을 밝힌 데 이어,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28조1,000억엔(약 304조원)을 들여 기간산업을 구축하고 저소득층에게 교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도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3일 홈페이지에 ‘적절한 시기에 추가적인 금리ㆍ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정책 조치를 게재했다 삭제하는 등 내부적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첫 통화정책회의였던 지난달 별다른 추가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았던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내달초 회의에서 추가 완화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적인 부양조치들이 실제 경기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지속되는 불황 속에 ‘모르핀 주사’ 성격의 반복되는 돈풀기 자극이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란은행의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 4일 글로벌 주가는 영국(+1.59%)을 제외하곤 독일(+0.57%), 프랑스(+0.57%), 미국(-0.02%) 모두 미지근한 반응에 그쳤다. 지난달 일본의 통화완화 조치 이후 엔화 가치가 오히려 강세를 띠고, 주가가 내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2012년 이후 영란은행의 5차례 양적완화에도, 자산가치 상승으로 상위 10%만 많은 혜택을 누리고 민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