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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망쳐놓고…대우건설에도 낙하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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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망쳐놓고…대우건설에도 낙하산 사장

입력
2016.08.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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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박창민씨 단독 후보 추천

2개월간 불투명한 선임 과정

친박 실세 정치인 개입설 파다

노조 “낙하산 인사로 정경유착”

금융권 “국책은행 한계 드러내”

대우건설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 일지/2016-08-05(한국일보)
대우건설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 일지/2016-08-05(한국일보)

대우건설 차기 사장에 박창민(사진)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친박 유력 정치인이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정치권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결국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낙하산 경영진들의 대규모 분식회계 등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겠다는 것이냐”는 비난과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5일 오후 신임 사장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갖고 박 전 사장을 대우건설 신임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대우건설은 오는 8일 이사회를 열어 박 후보자 추천 건을 의결하고 2주 뒤 임시주총을 열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박 후보자는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2011년부터 3년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냈다. 그는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지내면서 정관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친박 핵심 실세 정치인 A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산업은행은 “사장 선임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지만, 2개월여간 진행된 선임 과정은 불투명하기 그지없었다. 산업은행은 당초 최종후보로 결정된 박영식 현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 2명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 면접까지 진행했으나, 별 다른 설명 없이 이를 뒤집고 사장 후보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여당 실세 정치인이 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 후보자가 공모에 응했고, 30명이 넘는 지원 후보자 중 박 후보자는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드사업본부장과 함께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특히 지난달 20일 단일 후보를 정하기 위해 사추위가 열렸으나 위원들간 의견 충돌로 결정을 못하자, 산업은행 측은 1주일 뒤 사추위 소속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박 후보자를 사장 후보로 확정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측 사추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낙하산 논란이 있는데다, 대우건설 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건설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의 사장 선임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날 열린 사추위 회의에선 5명 위원 만장일치로 그를 신임 사장으로 추대했다. 박 후보자가 2011년 현대산업개발 사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흑자를 달성하고 주가를 끌어올린 공로가 있어 향후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대우건설 사장으로 적임자라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측 사추위원들이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한 사추위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박 후보자를 여당 실세가 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주주인 산은이 줄곧 박 후보자를 선임하자는 의견을 낸 건 맞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무리한 인선은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대우건설을 부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노골적인 낙하산 시도가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거란 우려도 상당하다. 금융권 한 인사는 “정치권, 금융당국, 산업은행 3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낙하산 인사에 무방비로 노출된 국책은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정부공공기관 등 인사에서 무차별적인 낙하산 투하가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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