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지막(207번째)으로 입장하는 개최국 브라질에 앞서 206번째로 입장하는 선수들 가슴에는 국기가 아닌 오륜기가 달린다. 전쟁 등을 피해 고향인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을 떠난 난민 10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대표팀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난민 대표팀이 구성된 건 120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시리아 출신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18). 지난해 8월 내전 중인 고향 다마스쿠스를 떠나 3시간 30분 가량 작은 배를 밀며 바다를 헤엄쳐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닿아 목숨을 건졌다.
마르디니는 3일 난민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 난민팀을 보면서 꿈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아 출신 수영 선수 라미 아니스(25)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유도 선수 포폴레 미셍가(24) 등도 오륜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코소보와 남수단 대표팀, 예산이 부족해 단 2명의 초미니 선수단을 파견한 소말리아 대표팀도 주목 받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정회원국 자격을 얻었으나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인정 받지 못한 코소보는 실내 수영장조차 없는 악조건에서 훈련한 수영선수 룸 자벨리(26) 등 8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내전 중인 남수단과 예산 부족에 시달린 소말리아도 가까스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치명적인 질병을 이겨낸 ‘철인’들도 올림픽에 출전한다. 육상 10개 종목을 이틀 안에 소화해야 하는 10종 경기의 벨기에 국가대표 토마스 판더플라에첸(26)은 2년 전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모두 잃은 그가 선수로 복귀할 수 있으리라고는 코치인 친형마저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판더플라에첸은 눈물겨운 재활 끝에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당당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육상 110m 허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미국의 애리스 메리트(31)는 희귀병으로 신장을 잃었으나 2015년 누나의 신장을 이식 받는 등 2차례 수술 끝에 출전 티켓을 따냈다.
네덜란드 간판 여자 수영선수 잉에 데커(31)는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앞둔 지난 2월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올림픽 출전은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그는 상처가 아물자마자 재활에 들어가 3개월간 피나는 훈련 끝에 복귀했다.
아일랜드 역사상 2번째 기계체조 올림픽 선수가 된 키런 비한(27)은 왼쪽 다리 종양과 크고 작은 부상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인도 사격 선수 프라카쉬 난자파(40)도 2013년 안면마비 장애로 ‘더는 총을 잡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매달린 끝에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9,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때 살아남은 네팔의 수영 신동 가우리카 싱은 리우올림픽 출전과 함께 최연소 선수의 영광까지 안았다. 싱은 7일 여자 배영 100m 예선이 치러지는 날 13세 255일이 된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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