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 연출자 “예산 부족으로 맥가이버 정신 발휘해야”
브라질의 경기침체로 올림픽 예산이 줄어들면서 개막식 행사에 ‘맥가이버리즘(맥가이버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개막식 공동 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다니엘라 토마스는 5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기대한 예산보다 훨씬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 임시변통으로 해내기 위해 우리는 맥가이버가 될 것”이라며 “맥가이버리즘은 순수한 창의성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명석한 두뇌로 주위의 평범한 사물들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던 1980년대 미국 TV드라마 주인공 맥가이버에 빗대 예산이 부족한 올림픽 개막식 준비 고충을 표현한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리우올림픽 개ㆍ폐막식 행사에 배정된 총 예산은 5,590만달러(약 623억원)이다. 당초 1억1,400만달러(약 1,270억원)였지만 브라질 경기침체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개막식에만 1,000억원이 넘게 투입됐고,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역시 480억원이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연출팀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영상은 잘 안본다”며 “보면 우울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코 발리치 감독도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거대한 규모의 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처음 올림픽을 개최했던 아테네를 떠올리며 아날로그 형식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삼바와 전통악기 연주 등 각 분야의 유명 예술인들도 모두 무료로 참여한다.
연출팀은 개막식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입구가 좁고 관중석이 낮아 카니발 축제에서 쓰는 대형 기구 등은 사용하기 어렵다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비디오 프로젝터(슬라이드나 동영상을 스크린에 비추는 장치)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리치는 “예산은 부족하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브라질 특유의 독창성을 기반으로 전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7시(한국시간) 열리는 개막식 공연은 브라질 원주민들의 삶과 현재 빈민가인 파벨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까지, 브라질의 역사와 일상을 표현한다. 또 모든 인종과 성별을 넘어 하나를 이룬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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