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자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로 활동했던 멜라니아(46)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이전 미국에 불법입국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아 불법이민을 봉쇄하겠다는 트럼프에겐 자가당착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뉴욕포스트에 실렸던 20여년 전 멜라니아의 전신 누드사진 4장이 당시 그의 미국 체류 신분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들 사진은 1995년 프랑스 사진작가 알레 드 바스빌이 뉴욕에서 촬영했는데, 지금까지 멜라니아는 96년 뉴욕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말해왔다.
특히 멜라니아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H-1B 취업비자’로 입국했다면서도 비자 갱신을 위해 수 개월에 한 번씩 모국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비자는 만기가 3년이어서 이처럼 자주 귀국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B-1 임시 상용비자나 B-2 여행비자를 소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체류기간이 6개월짜리인 ‘B-1’, ‘B-2’ 비자로는 미국에서 돈을 받고 모델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취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멜라니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민 신분에 대해 최근 많은 부정확한 보도와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라며 “미국 이민법을 완전히 준수했으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멜라니아는 98년 트럼프를 만났고 2001년 영주권을 얻었으며 2005년 결혼해 이듬해 시민권을 획득했다. 트럼프 캠프의 호프 힉스 대변인도 폴리티코에 “멜라니아는 모든 관련법을 준수했으며 지금은 미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그러나 멜라니아와 트럼프 캠프가 결백을 입증할 이민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이민과 관련된 의문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멜라니아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연설문 표절과 학력 위조 논란 등에도 휘말린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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