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여고 동창생으로부터 8억여원의 금품을 뜯어낸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이 갈취한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백화점 VIP고객으로 호화생활을 즐기는 동안 돈을 뜯긴 여성은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비참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동갑내기 여고 동창 이모(44)씨에게서 돈을 갈취한 권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권씨는 1994년 지인의 소개로 고교시절 동창 이씨를 만났다. 3년간 친구로 지내던 권씨는 1997년 7월 다른 고교 친구의 교통사망사고 합의금 문제로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속여 이씨로부터 700만원가량을 받아 챙겼다.
권씨는 심성이 여린 이씨가 사기극을 의심하기는커녕 자신을 맹신하고 있다고 확신, 더욱대담한 사기행각을 벌였다.
권씨는 이에게 ‘사주가 나빠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주변 사람이 죽는다’ 등 갖은 이유를 대며 최근까지 2,389차례에 걸쳐 총 8억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챘다. 권씨는 또 이씨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2010년 3월부터 A씨를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게 했다. 이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퍼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채 6,000만원을 사용했으니 이자를 갚아야 된다고 속여 6년 동안 매일 도우미 일을 하며 번 돈마저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는 이씨가 자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자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사오라고 속여 자신이 먹을 치킨, 김밥, 해물탕 등을 매일 자신의 집으로 배달하게 했다“며 “이씨는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계속적으로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씨를 위해 사용한 사채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속이고, 이 기간 중 가상의 사찰 총무원장을 사칭해 1인 2역을 하는 등 치밀한 사기극을 이어갔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던 이씨는 권씨가 구속됐다는 말을 듣고 부산구치소에 면회를 갔다가 권씨가 수감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 동안 권씨가 이씨에게서 받은 돈은 경찰이 확인한 액수만 8억원이며, 이씨가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12억~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권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전세보증금 2억9,000만원을 기소전몰수보전 신청하는 한편 이씨처럼 권씨의 계좌에 정기적으로 돈을 입금한 또 다른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피해 여부를 수사 중이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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