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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성과보다 인생을 본다…변해가는 ‘올림픽 기수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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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성과보다 인생을 본다…변해가는 ‘올림픽 기수의 기준’

입력
2016.08.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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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헤엄쳐 시리아를 탈출, 난민대표팀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스라 마르디니가 1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중해를 헤엄쳐 시리아를 탈출, 난민대표팀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스라 마르디니가 1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선 자국 국기를 든 최정상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AFP통신은 “올해 윔블던 챔피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앤디 머레이(29·영국)가 영국 선수단 기수를 맡는다”고 전했다. 머레이가 기수를 맡으면서 라파엘 나달(30·스페인),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 등 ‘테니스 스타’ 3총사가 나란히 리우올림픽 개막식 기수로 나서게 됐다.

미국 대표팀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를 기수로 앞세운다. 5회 연속 올림픽 물살을 가르게 된 펠프스는 2012 런던 대회까지 금메달 18개를 포함해 22개의 메달을 따낸 ‘살아있는 전설’이다. 한국도 지난 런던 대회 때 사상 첫 펜싱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고, 큰 키와 잘생긴 외모까지 갖춘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을 기수로 낙점했다.

이처럼 각국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국기를 맡긴다. 주로 역대 올림픽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뒀거나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이 낙점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외모나 인기도보다 각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특별한 사연이 있는 선수들이 기수로 선택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다양한 이력의 기수들이 특히 많다. 이란의 여자 양궁 선수로 휠체어를 타고 국기를 들 자흐라 네마티(31)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척수장애를 가진 네마티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번에는 패럴림픽이 아닌 올림픽에 출전해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룬다. 양궁은 장애인 경기와 비장애인 경기의 규정이 같아 동등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종목이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는 남성 위주의 기수선정 관례를 깨고 여자 요트 선수인 소피아 베카토루(39)를 선수단 맨 앞에 세우기로 했다. 그리스는 1896년 1회 대회 이후 줄곧 남자 선수에게만 기수를 맡겨왔다.

르완다 기수인 사이클 선수 아드리안 니욘스티(29)의 사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00일 동안 80만 명 이상이 사망한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때 형제 여섯을 포함, 일가족 60명을 잃었다. 악몽과 고통에 시달렸던 르완다 국민들의 희망을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자국 국기 대신 오륜기를 가슴에 달고 뛸 난민팀의 기수는 시리아 출신 여자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18)다. 난민팀의 막내인 그는 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난민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힘을 북돋아주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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