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인가 침략이 아닌가는 평가의 문제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지난 3일 개각에서 여성으로서 방위장관에 발탁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신임 장관이 출근 첫날이던 4일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우익본색’을 노출했다. 일본의 과거 전쟁이 침략전쟁이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하면서 ‘속내’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극우강경파’의 내각 전면 배치로 주목받고 있는 그가 역사수정주의자로서 본모습을 끝내 숨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나다 장관은 역사인식과 관련해 “개인적 견해를 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피해갔고 한국, 중국과의 대화 및 중국 방문 희망을 피력하는 등 자신의 ‘매파’ 이미지에 잔뜩 신경 쓰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역사인식 문제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 뭐냐는 것”이라고 끝내 침략을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의 잇따른 질문에 “역사인식에 관한 정부의 견해는 총리나 관방장관에게 질문해 달라”고 피해가는 데만 주력했다. 식민지배와 함께 일본 과거사 문제의 핵심인 ‘침략’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극우진영의 ‘소신’은 결코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발언들은 2013년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아베 총리의 국회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톤이다. 아베 총리는 그 해 4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며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 아베의 발언은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는 직전 발언과 맞물려 한국과 중국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특히 아베의 최측근 학자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전 국제대학 학장(현 일본국제협력기구 이사장) 등 다수의 일본 학자들도 최소한 만주사변(1931년)을 거치는 과정 만큼은 명백한 침략이었다는 인식이 주류인 점을 감안할 때 당시 발언의 파장은 상당했다.
이날 이나다 장관 역시 대놓고 ‘침략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자위자존의 전쟁이었다’는 일본 우익의 역사관과, 방위장관의 입장 사이에서 자신으로선 절충점을 찾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또 이날 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해친 것으로 인식한다”면서도 강제연행이 있었음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선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난징대학살에 대해서도 ‘정확한 피해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로 30만명 피해는 과장된 것이며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또 향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서도 “이것은 마음의 문제다. 참배 여부를 말할 게 아니다”고 애매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가에선 그의 돌출행동이 심해질 경우 주변국과의 외교 충돌로 번지지 않을까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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