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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선거제도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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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선거제도는 무얼까

입력
2016.08.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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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라는 말을 곧잘 하지만, 민의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지 의심스러워진다. 결국 존재하는 것은 민의가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결과인 것이다. (중략)심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민의를 밝히는 게 아니라, 적절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골라서 쓰는 것 뿐이다.”

‘다수결을 의심한다’(사월의책)에서 경제학자 사카이 도요타카가 한 말입니다. 솔직히, 자못 통쾌합니다. 선거제도가 ‘데모스(Demosㆍ민중)+크라토스(Kratosㆍ지배)’란 어원에 걸맞느냐는 의문은 민주주의에 늘 따라다니는 질문입니다. 보수 쪽이야 지난 교육부 파문에서 보듯 ‘개ㆍ돼지’들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덤벼들면 어떡하나 겁낸다면, 진보 쪽은 그래서 이 놈의 가짜 민주주의 따윈 끝장내야 한다고 피를 토합니다.

본질적 질문을 놓쳐서는 안되겠지만, 거기에만 파묻혀서도 안됩니다. 누구 말마따나 “이 세상은 기껏해봐야 차선의 세계”일지 모르니까요. 사카이의 제안은 차선을 찾자는 겁니다. “정치에 불만 있다면 선거에 출마해서 이기라는 식의 주장도 있다. (중략)그러나 굳이 정치가가 되어야만 불만을 말할 수 있는 게임은, 그 게임 비용이 과하게 들므로 이는 사실상 ‘입 닫고 있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사람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제도는 민주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질문은 “그래도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입니다. 이쯤이면 눈치챘겠지만, 사카이는 사회적 선택이론을 공부한 경제학자입니다. 통계적 기법으로 경우의 수를 따지고 그 사회의 표준적 의견을 가장 잘 반영하는 투표 방식이 무엇이냐를 살핍니다. 프랑스혁명이 잉태한, 합리적 다수결제도에 대한 콩도르세와 루소의 논의에서 시작해 정치학자 로버트 달의 ‘다두정치’, 사회적 선택론을 전개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 등이 쭉 등장합니다. 해서 20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이지만, 추리물 못지 않게 머리 좀 써야 합니다. 선거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는 문제에 주목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대의민주제 vs 직접민주제’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등장하는 루소 해석 문제를 두고서는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현실문화)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인터넷 초기, 디지털민주주의론은 한 때 대의제 비판자들에게 복음이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직접민주제에 필요한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주리라 믿었으니까요. 포털 사이트에 ‘아고라’가 생기고, 키보드 워리어들이 ‘집단지성’이라 불렸습니다.

사카이의 차분한 해석과 달리, 아즈마는 디지털민주주의에 대한 열광의 정점에서 인터넷이 루소의 ‘일반의지’를 구현해내리라 선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카이의 해석이 더 와 닿습니다. 아즈마의 주장이야 우리의 국정원이 확실히 깨줬으니까요. 이것도“우리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는 건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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