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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게임 탓인가? 누명을 벗기다

입력
2016.08.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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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게임은 억울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9조9,706억원. 전체 콘텐츠 산업의 10%를 차지하고 문화 콘텐츠의 해외 수출 비중으로 따지면 60%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는 게임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다수는 게임을 악의 축으로 삼아 비난하기만 바빴다. 연애 초에 비해 부쩍 소홀해진 연인도 게임 탓,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게임 탓이었다. 게임은 심지어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4대 사회악에 포함되기도 했다. 게임은 억울하다.

어린 시절 게임비 20원을 모으기 위해 동네 빈 병을 모아 팔았던 저자 이경혁은 게임 비평서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에서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과 주제를 섬세하게 살펴본다. 로고폴리스 제공
어린 시절 게임비 20원을 모으기 위해 동네 빈 병을 모아 팔았던 저자 이경혁은 게임 비평서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에서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과 주제를 섬세하게 살펴본다. 로고폴리스 제공

신간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은 국내 최초의 본격 게임 비평서를 표방한다. 여러 매체를 통해 게임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기고해 온 저자 이경혁은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게임 비평이 제대로 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게임’만 놓고 말해보자는 거다.

책은 개별 게임을 분석하고 나아가 게임 자체를 둘러싼 맥락들을 섬세하게 다룬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쏟아졌던 비난과 영문 모르게 씌워졌던 누명에서 게임을 구출한다.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로 더 유명한 ‘문명’(정식 명칭은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는 여러 개의 문명이 등장하고, 다른 문명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한다. 다른 게임들처럼 입문자용 기초 교육 없이 다짜고짜 시작하지만 보편상식적인 역사에 기초를 둬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가 닿는다. 나폴레옹은 문명을 확장하려 하고, 간디는 다른 문명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식이다.

게임 '내 꿈은 정규직' 속에서 플레이어는 별의별 이유로 다 해고를 당한다. 고용량 고퀄리티 게임은 아니지만 취업과 직장생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지난해 5월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로고폴리스 제공
게임 '내 꿈은 정규직' 속에서 플레이어는 별의별 이유로 다 해고를 당한다. 고용량 고퀄리티 게임은 아니지만 취업과 직장생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지난해 5월 애플 앱스토어 무료 게임부문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로고폴리스 제공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는 도시를 다른 차원에서 경험하게 한다. 그저 ‘빈 땅에 도시 건설하기’가 전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도, 진화하는 캐릭터나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센 자극으로 몰아치지도 않는다. 플레이어들은 출퇴근을 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호작용(게임 속에 무려 교통체증이 발생한다)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계획된 도시를 살아가던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에서 자신이 직접 도시를 건설하며 의미를 찾는다.

게임에 관해 꽤나 객관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나 사실 저자는 어릴 적 게임비 20원을 모으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빈 병을 모아 판 과거가 있는 천상 게이머다. 한때 프로게이머 생활을 택했을 만큼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중독 담론에 맞서 중독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중독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이고 필사적으로 게임을 여러 오명에서 구해내려 한다.

그에 따르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사건의 주체”가 된다. 또 게임은 우리를 “현실로부터 유리”시키고 제한시간을 둠으로써 “시간 대비 사고의 효율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차원에서 ‘시간’을 조망하게 하는 몇 안 되는 플랫폼이다. 책의 추천사를 쓴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게임의 실체를 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며 “게임도 알고 하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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