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한 북한 측 고위 인사들과 개별 접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3시간 후 북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같은 공항에 도착했다. 외교가에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가 서방권 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번 리우 올림픽 기간 동안 반 총장과 최 부위원장의 별도 회동을 관측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반 총장은 이날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을 방문해 “북한 측 인사와 만찬 중 조우할지는 모르겠는데 따로 만날 약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반 총장 측근들이 북한 측 인사와의 기자회견 등을 제안했지만, 지난 3일 북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구역(EEZ)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접촉 시도는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대권 출마 여부가 여전히 국내 정치권의 비상한 이슈인 상황에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북한 측과 만남에 정치적 이득이 없다고 본 셈이다. 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정대로 반 총장과 최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 리우 시내 윈저 오세아니쿠 호텔에서 열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주최 공식 만찬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브라질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만찬장에 입장한 최 부위원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장웅 북한 IOC 위원은 “할 말이 없습네다”라고만 밝혔다. 반 총장은 부인 유순택씨와 함께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 총장 역시 북한 측 인사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날 IOC 공식 만찬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했다.
한편 반 총장은 6일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여해 로게 전 IOC 위원장에게서 성화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어 개막식도 참관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성화 봉송을 한 바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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