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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책] ‘짧은 귀 토끼’(2006)

입력
2016.08.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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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물건은 주인을 닮는다고들 합니다. 주인의 성품에 따라서 물건의 모양새도 달라집니다.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책상도 그렇습니다. 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래이야기 출판사 책들은 고래이야기 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도 같습니다.

고래이야기의 첫 책, ‘짧은 귀 토끼’는 ‘짧은 귀’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어린 토끼 동동이의 좌충우돌 분투기(?)입니다. 자신의 귀를 다른 토끼들처럼 길게 만들려고 자기 몸을 채소 모종처럼 땅에 심고 귀에 물을 줘 보고, 또 빨랫줄에 자기 귀를 집게로 집어 매달아 보는 등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책입니다.

뒤이어 준비한 책들도 장애, 왕따, 고정관념 등을 소재로 한 책들이었지요. 제가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외모와 이름 때문에 어린 시절 주위 친구들에게서 많은 놀림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내고자 하는 책을 정해놓고 보니 대부분의 책들이 ‘조화’와 ‘화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예 시리즈 이름을 ‘모두가 친구’라고 지었습니다.

첫 책의 번역문을 받고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출판사의 첫 책인데다 그림책 편집은 처음이라 아는 편집자 선후배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네 명 정도의 편집자가 이 책의 편집에 관여했습니다. 그 덕분에 글은 물론이고 그림에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작업하여 원서보다 편집이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짧고 둥글고 토실토실’처럼 동동이 귀를 표현해 주는 의태어를 반복해서 써 주는 등 읽는 맛을 살리기 위해 글을 매만졌고, 원서보다 화사한 색감으로 본문 그림과 표지 그림을 조정하고 일부 그림의 위치까지 바꾸는 등 외국 그림책을 국내 그림책 편집하듯 오랜 시간 공을 들였습니다.

고래이야기가 내는 책들이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거나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알게 해야 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처음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다른 출판사들이 내는 것과 비슷한 책은 내지 말아야겠다. 그건 종이 낭비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지만 다뤄야 할 주제들을 찾아 출간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 그리고 가치관 정립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비록 어른들이 만든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우리 어린 친구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콤플렉스나 장애로, 또는 그밖에 어려운 일들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도와주며 함께 길을 갈 수 있는 넉넉한 사람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고래이야기 책들이 그 과정에서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래이야기 이봉용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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