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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거주 日 교수 “각자내기 정착하면 사회 유연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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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거주 日 교수 “각자내기 정착하면 사회 유연해져”

입력
2016.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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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인터뷰

일본에선 각자내기가 기본

사무라이 문화 탓 엄격함 중시

한국인 정 많아 부탁 못 뿌리쳐

비뚤어진 고액 접대는 사라져야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인문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호사카 교수 제공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인문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호사카 교수 제공

“더치페이(각자내기) 문화가 정착하면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만남이 가능해져 평등한 토론과 소통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ㆍ60) 세종대 인문과학대 교양학부 교수는 1988년부터 한국에 살며 독도문제 등 한일관계 연구를 해온 학자다. 30년 가까이 양국 문화 차이를 체험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눈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도입은 어떻게 비쳐질까.

호사카 교수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접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김영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더치페이 관행이 자리 잡으면 ‘소통 사회’가 뿌리 내리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9년째 한국살이를 하고 있지만 호사카 교수는 한국식 접대문화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교수로서 외부기업이나 연구소와 협력할 때 관계자들과 밥을 먹게 되면 비용을 (김영란법 상 기준인) 3만원 이하로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한국인들은 모임을 주선한 사람이 대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부담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직급ㆍ신분에 상관없이 각자내기가 기본이다. 수직적 관계라도 식사 후엔 각각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제각각 값을 치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그는 “썩 좋은 사례는 아니지만 전쟁을 자주 치르면서 ‘죽기 전에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일본인에게는 퍼져 있다”며 “엄격함을 강조하는 사무라이 문화의 영향으로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내부고발자도 많아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유지하는 점도 한 몫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는 인정(人情) 많은 한국인들은 호의를 받으면 부탁을 뿌리치기 어려워하는 성향이 강해 부패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소카 교수는 “한국에선 훌륭한 대접을 해준 상대에게 특혜를 주는데다, 이런 수요를 간파한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비뚤어진 고액 접대를 양성했다”고 진단했다.

일본에도 접대 문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1990년대말 공직자에 대한 과잉접대가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일본판 김영란법인 ‘국가공무원윤리법’이 제정됐고 지금은 거의 근절됐다. 이 법은 공무원이 5,000엔(약 5만4,000원) 이상 접대나 선물을 받을 경우 금액과 일시, 상대 기업 등을 3개월마다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호사카 교수는 “액수를 따지기 전에 이 법은 ‘국가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접대를 받으면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공무원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음성적인 금품 수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방지하는 세세한 규정까지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이해당사자와는 자비로 여행을 가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호사카 교수는 김영란법 정착을 계기로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잡으면 한국인들이 목말라 하는 ‘다양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드는데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더치페이를 하면 특정인이 모든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져 접대로 인한 비정상적 관계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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