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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전문경영인 영입이 재기의 ‘터닝포인트’

입력
2016.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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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무리한 사업확장 탓

2000년대 후반부터 몰락의 길

자본 잠식률 98%까지 치솟아

작년 3월 대한전선 출신 최진용

사장으로 부임하며 고강도 개혁

품질 확보ㆍ원가 절감 등 주력

중동ㆍ북미서 굵직한 계약 따내

충남 당진시 고대면 장항리 대한전선 당진공장 야적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케이블들 뒤로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는 160.5m 높이의 VCV 타워가 우뚝 서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6-08-03(한국일보)
충남 당진시 고대면 장항리 대한전선 당진공장 야적장에 출고를 기다리는 케이블들 뒤로 초고압 케이블을 생산하는 160.5m 높이의 VCV 타워가 우뚝 서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6-08-03(한국일보)
대한전선 실적/2016-08-04(한국일보)
대한전선 실적/2016-08-04(한국일보)

1일 충남 당진시 고대면 장항리 대한전선 당진공장.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들어야 끝이 보일 정도로 우뚝 선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길을 안내하던 이장표 대한전선 케이블생산기술본부 과장은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 타워”라고 소개했다. 구리선 다발을 꼭대기 층에서 수직으로 내리 쏘면서 절연체를 입히는 시설로, 뜨거운 절연체를 냉각시키는 공정도 필요해 높을수록 양질의 전선을 얻기 유리하다. 대한전선 VCV 타워는 160.5m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무리한 확장…위기의 그림자 드리우다

대한전선은 국내 첫 전선회사로 1955년 문을 연 후 2008년까지 53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우량회사였다. 그러나 2004년 창업주의 아들인 설원량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임종욱 부회장 체제에서 무주리조트, 쌍방울, 온세텔레콤, 남광토건, 명지건설 등을 인수하면서 비주력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2000년대 후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급락하며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 2009년 말엔 차입금이 2조6,000억원, 지급보증이 1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대한전선은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서울 회현동 사옥 매각을 시작으로 한국렌탈, 노벨리스 코리아, 온세텔레콤, 무주리조트 등을 모두 팔아 1조6,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의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2011년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임 전 부회장이 구속되고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면서 대한전선은 회사채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다. 대한전선은 결국 2012년 2월 채권단의 협조 융자를 받으며 채권은행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4년 말에는 자기자본이 거의 바닥나 자본 잠식률이 98%까지 높아져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다.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 대한전선 제공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 대한전선 제공

새 경영인ㆍ사모펀드 인수로 부활의 서막

반전의 계기는 전문경영인 영입이었다. 채권단이 지난해 3월 최진용 전 일진전기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하며 대한전선 부활의 서막이 열린 것. 최 사장은 대한전선에서 13년간(1977~90년) 근무하며 현재 대한전선의 주력 제품인 초고압 케이블 개발과 양산을 주도했다. 이후 한일전선, 일진전기 등에서 기술개발과 영업, 경영 혁신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그는 부임 당시를 “극한 상황”이었다고 표현했다. 건설사들은 대한전선이 언제 망할지 모른다며 발주를 꺼려 영업이 불가능했고, 돈이 없어 연구개발에는 신경도 못썼다. 구성원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한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게 급했다. 최 사장은 “다행스럽게도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 사장 부임 6개월 후 대한전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대한전선 인수를 결정하면서 신규 자금 3,000억원을 수혈했고, 채권단도 출자전환을 단행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됐다.

품질확보,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작업도 동시에 진행됐다. 계속된 위기로 이자 갚기에만 급급해 수년간 재무 이외의 분야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터였다. 관리가 시급했다. 최 사장은 ‘전사적 경영활동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구매와 생산 등 전 영역에 걸쳐 개선사항 2,000여건을 발굴해 시행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최 사장이 진두지휘한 결과, 올해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총 5,550만달러(한화 619억원 상당) 규모의 케이블을 수주했고, 중동과 북미를 중심으로 굵직한 계약들이 줄지어 진행 중이다. 최 사장은 직원들의 기(氣) 살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우수직원 포상제도, 직원 가족초청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서는 2년 만에 신입사원을 뽑아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내 소재공장. 동판을 녹여 케이블에 들어가는 구리선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6-08-03(한국일보)
대한전선 당진공장 내 소재공장. 동판을 녹여 케이블에 들어가는 구리선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016-08-03(한국일보)

“정상화 70%, 100년 기업 향해 재도약”

현재 대한전선은 정상화를 위한 반환점을 돌았다. 최 사장은 “덩치가 큰 우발채무도 거의 다 해소돼 부임하며 세웠던 정상화 구상의 70% 정도는 완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개선돼야 한다. 대한전선은 장거리 송전에도 전력 손실이 적고 안정도가 높아 ‘전력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초고압 직류 송전용 케이블과 해저 송전용 케이블을 양대 축으로 삼아 현재 세계 10위권에서 5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해저 케이블은 내년부터 매출 향상에 직접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최고의 기술과 완벽한 품질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가면 젊은이들이 가고 싶고 우리 모두 일하고 싶어하는 100년 기업이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당진=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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