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게임이나 사진 촬영을 여러 차례 해도 배터리 잔량이 넉넉한 스마트폰 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스탠포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공동연구진은 4일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구성하는 입자 하나하나가 충전되고 방전되는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해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임종우 스탠포드대 박사후연구원은 “효과적으로 충전되면서도 잘 망가지지 않는 배터리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1 정도의 입자(전극물질) 수백억개에 리튬 알갱이들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작동한다. 리튬이 양극입자에 들어가면 방전, 나오면 충전 상태다. 음극입자에선 반대다. 연구진은 입자 30~40개로 이뤄진 작은 모형 배터리를 만들어 강한 엑스(X)선을 쏘아 개별 배터리 입자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리튬의 양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에 비해 배터리의 발전이 더뎠던 이유는 수백억개 입자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입자를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기술이 앞으로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배터리 입자 표면 중 어떤 부분에선 리튬이 많이, 또 다른 부분에선 적게 들락거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입자마다 충ㆍ방전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배터리가 50% 남았을 때 어떤 입자는 50%보다 덜 충전됐거나 더 충전된 것이다. 화면에 표시되는 충전 잔량은 전체 입자의 평균치다. 리튬이 채워지고 빠져나가는 양이 부분별로 차이가 클수록 배터리 입자는 금이 많이 가면서 수명이 짧아진다. 충ㆍ방전을 많이 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빨리 소진되는 이유다. 임 연구원은 “입자 하나하나의 충ㆍ방전 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터리를 설계하면 충전 속도와 수명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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