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의 지구 상 다양한 언어를 보존하는 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
울산외국어고등학교 아랍어과 3학년 양재영(18)군이 인도 마이소르(Mysore)에서 열린 ‘제14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국가대표로 출전, 1위를 차지했다.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 대회는 각국을 대표하는 언어학 분야 수재들이 언어학적 탐구역량을 겨루는 경연장이다. 올해는 31개국에서 자국의 예선전을 통과한 170여명의 국가대표들이 참가해 지난달 25일부터 5일간 열렸다. 참가자들은 호주 북쪽 섬 뉴기니 원주민이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만들어 낸 단어의 뜻을 찾아내는 총 5문항의 문제를 풀어야 했다. 답을 풀어내는 과정이 과학적이고 언어학적으로 정확했는지가 반영됐다.
여기서 양군은 100점 만점에 92점을 얻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양군은 “영어와 비슷한 단어나 완전히 다른 단어를 접했는데 마치 암호처럼 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단어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양군이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가 학창시절 배웠던 프랑스어 교과서를 집에서 발견하면서부터다. 양군은 외고에 진학하면서 완전히 다른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아랍어과로 진학했다. 그는 “아랍어 문장은 동사가 먼저 등장하는 등 문장의 구조가 영어권이나 아시아권과 구분돼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양군은 “생활이 곧 언어 공부”라고 말할 만큼 언어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문화와 사고가 반영된 것이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언어를 배워 소수 언어를 지키는 데 역량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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