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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잊혀져도… 北 도발 그날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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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잊혀져도… 北 도발 그날은 잊지 마세요”

입력
2016.08.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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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북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1주기 기념행사에서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수색대 전우 8인이 ‘평화의 발’ 조형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호 예비역 병장, 이형민 하사, 박선일 원사, 하재헌 하사, 김정원 하사, 정교성 중사, 최유성 예비역 병장, 문시준 중위.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북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1주기 기념행사에서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수색대 전우 8인이 ‘평화의 발’ 조형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호 예비역 병장, 이형민 하사, 박선일 원사, 하재헌 하사, 김정원 하사, 정교성 중사, 최유성 예비역 병장, 문시준 중위.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저희는 잊어도 되지만, 그날 북한의 도발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8월 4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22) 하사가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년만인 4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는 당시 수색작전에 투입됐던 장병 8명이 한자리에 모인 ‘리멤버 804’(8월 4일을 기억하라)행사가 열렸다. 당시 도발로 큰 부상을 입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하 하사와 김정원(24) 하사에게는 아픔을 딛고 다시금 군인으로서의 의기와 자신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 하사는 “지난 1년간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멀리서 국민, 가까이에서는 부모님과 친형,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두발로 선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 하사는 재활치료를 모두 마치고 지난달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부상 장병들을 돕고 있다. 그는 “북한의 소행에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며 “최전방에서 싸우고 싶지만, 나처럼 부상당한 전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쪽 다리를 잃은 김 하사도 무척 건강한 모습이었다. 김 하사는 “고난과 좌절, 분노가 남았지만, 에너지로 승화시켜 이 자리에 섰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자리에서 껑충 뛰며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김 하사는 현재 사이버사령부에서 근무 중이다.

이날 행사는 지난 1년간의 아픔을 극복해온 장병 가족들이 만나 서로를 격려한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하 하사의 모친 김문자 씨는 당시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의 얼굴을 보자, 마치 내 아들을 만난 양 일일이 손을 잡고 안부를 물었다. 김씨는 당시 수색작전 팀장이었던 정교성 중사에게 “잘 지내지, 잘 지내야 해”라며 연신 정 중사의 어깨를 다독였다.

의무병으로 작전에 참여했던 박준호 예비역 병장에게도 “우리 그날을 잊지 말자, 꼭 성공해라”며 격려했다. 김씨는 지난 1년의 소회를 묻자 “벌써 1년이 됐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견뎌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하사의 여자친구 장재연씨도 이날 행사에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동네 소꿉친구로 20년 가까이 김 하사를 지켜봐 온 장씨는 “당시 정원씨가 병문안을 못 오게 했다”고 털어놨다. 한쪽 다리를 잃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여자친구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는지 김 하사는 병원에 오겠다는 장씨를 한동안 만나지 않았다. 도발 사건 나흘 만에야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아무 말도 못 하는 김 하사에게 장씨는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라고 만 말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로 당시 장병들이 지난 1년의 소회를 쪽지에 적어 게시판에 붙였다. 쪽지를 앞에 놓고 한참을 고민하던 김 하사는 이렇게 적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호국하라.”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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