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30대에 대학을 다니다 러시아로 유학간 40대가 6년 만에 러시아 유명대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북 영동군 심천면이 고향인 공근식(46)씨. 공씨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7세부터 수박농사를 지어 동생 2명을 모두 대학에 보낸 억척 가장이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학업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틈틈이 야학을 다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마침내 2004년,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대전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은사인 박종대 배재대 교수는 물리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가서 더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들어볼 것을 권했다. 그는 휴학하고 2년여 동안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청강하면서 박사과정 학생 3명으로부터 수학과 물리 등의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다. 공씨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배재대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고려인 러시아 교수와 연구원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들로부터 러시아어와 물리, 화학 등을 배우면서 발사체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러시아 유학을 결심했다.
이후 어학공부 등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물리학 분야 명문대학 모스크바물리기술대에 입학하여 1년간 예비과정을 거쳐 학부과정을 5년 만에 수석으로 졸업한 것이다. 오는 9월 모스크바물리기술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공씨는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밤낮으로 공부했다. 모든 수업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후 수십번 반복해서 듣고 필기와 구술시험으로 나눠 진행되는 중간ㆍ기말고사를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3학년부터 졸업 때까지는 전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았다. ‘화학변화를 고려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향상 계량화’라는 제목으로 제출한 졸업논문도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공씨는 한국인으로서 몸에 밴 스승에 대한 예절 바른 태도도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씨의 이야기는 러시아에서도 관심을 끌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자유로운 비행’이라는 잡지 5월호에 표지인물로 선정되며 12쪽에 걸쳐 집중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공씨는 대학원에서 우리나라가 취약한 극초음속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다. 항공 미사일 분야의 필수기술인 극초음속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씨는 “한국에 들어와 보니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해외로 나가보면 자신에 맞는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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