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대 후반에 접어든 멀끔한 청년들이 10년 전 자신들을 추억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용 됐다”는 장난기도 잠시. “우리가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다”며 이내 성숙함을 내비친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문화복합공간 S-팩토리에서 열린 빅뱅 데뷔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은 “행복하다”는 표현으로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대신했다.
2006년 데뷔 시절 가장 학생 같은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멤버 대성(27ㆍ본명 강대성)은
“데뷔 당시 (보이그룹)신화 형들을 보며 ‘저렇게 오래 활동하면 무대는 껌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여전히 긴장되고 버겁고 흥분되는 곳이 무대인데 아직 그 곳을 허락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큰 복”이라고 말했다.
태양(28ㆍ본명 동영배) 역시 “공연이 끝나고 멤버들과 밥을 먹을 때 특히 행복하다”며 “‘내가 빅뱅이 아니었다면 이런 멋진 공연과 좋은 음식을 누릴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면 모든 게 너무 소중하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거짓말’ ‘뱅뱅뱅’ ‘루저’ 등 셀 수 없는 히트곡을 선보이며 탄탄대로를 걸어온 듯 보이지만 지난 2011년 대성이 교통사고에 연루돼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지드래곤(28ㆍ본명 권지용)이 대마초 흡연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멤버들마다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특히 리더 지드래곤의 소회가 남다르다. “데뷔 이래 좋은 일도 많고 나쁜 일도 많았잖아요. 팬들이 마치 친구나 가족이 성장하는 것처럼 지켜봐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데뷔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오히려 데뷔 이전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드래곤은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사랑도 받지만 그때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빅뱅도 없다”며 “고민도 가장 많았고 불안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그때 기억이 요새 많이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피 끓는 청년들이 만나 10년을 지내오면서 단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었단다. 탑은 “생각이 서로 정말 다른데 좀처럼 부딪히는 일이 없다. 그것만으로 감사하다”면서 “이러다 크게 한 번 싸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드래곤은 “연습생 시절 내가 하도 뺀질거려 양(현석) 대표님이 집에 가라고 했을 때 집에 안 가고 버틴 덕분에 멤버들과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다들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스러워졌을 뿐 크게 변한 게 없어 다행”이라며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질세라 태양도 옆에서 거든다. “빅뱅 멤버들을 만난 게 살면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에요. 멤버들 덕분에 너무 많이 웃었고 행복했거든요.”
데뷔 10주년을 맞아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4일부터는 빅뱅의 10년을 압축한 전시회를 시작으로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0주년 콘서트도 펼친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멤버들 개인으로선 군 입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드래곤은 “1년 전만해도 정상에 있을 때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입대 전 시간이 허락하는 한 5명과 더 함께 하고 싶고 이후에도 대중 앞에 오래 서고 싶다”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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