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직장폐쇄→용역투입
구체적 실행안 담긴 문건 공개돼
직장폐쇄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 사업장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이 공개됐다. 이른바 ‘Q-P 시나리오’라는 이름의 문건에는 “경비노동자 외주화 등으로 파업을 유도한 뒤 직장폐쇄와 제2 노조 설립을 토대로 기존 노조를 파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4일 오전 갑을오토텍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Q-P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 문건은 과거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컨설팅에 참여했던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가 설립한 노무법인 예지가 2014년 10월 2억5,000만원의 자문료를 받고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에는 ‘경비업무 외주화로 파업 유도→생산부담이 적은 시기에 직장폐쇄 단행→대체 생산 인력ㆍ경비용역 투입 및 폭력사태 유발→공권력투입→노조 내부분열 야기 및 선별복귀 유도→제2노조 설립’ 등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겼다. 또 제 2노조 설립 이후 기존 노조원들을 포섭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킨다는 전략이 포함됐다.
애초 이 시나리오는 지난해 6월 경찰과 특전사 출신 신입사원들이 조합원 10여명을 폭행하고, 박효상 전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ㆍ법정 구속되는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중단됐다. 하지만 지회는 사측이 올해 들어 이 시나리오를 현장에 재차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사측은 올해 1월3일 정문 경비를 외주화했고, 지난달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또 직장폐쇄 직후 경비용역 투입을 시사하며 현재 노조와 대립 중이다. 이재헌 지회장은 “사측은 직장폐쇄 직후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으며 조합원 선별복귀를 유도하는 등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노조파괴 시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정민수 갑을오토텍 이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누적적자가 120억원에 달해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경비용역을 외주화했고, 조합원이 관리직의 사업장 출입을 막아 직장폐쇄 후 관리직을 공장에 투입하려 한 것일 뿐 (올해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은) 노조파괴 문건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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