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대형 IB 육성 추진에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들 눈독
인수ㆍ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왔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정부가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대형 투자은행(IB)에 어음 발행 등의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3조원대인 증권사는 현재 합병 중인 KB투자증권ㆍ현대증권(3조8,473억원), 삼성증권(3조3,848억원), 한국투자증권(3조1,713억원) 등 세 곳이다. 신한금융투자(2조4,749억원)도 지난달 결정한 5,000억원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자기자본이 3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들 증권사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초대형 IB 육성 방안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투자은행에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기업 외환 매매 허용, 8조원 이상이면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 허가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자기자본이 많은 증권사에 더 큰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자기자본이 3조원대인 증권사 입장에선 몸집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이 3조원대인 증권사들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하이투자증권(자기자본 7,139억원)을 합병할 경우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거나 근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를 6,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는데, 경쟁이 불 붙는다면 더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수 주체로 지목된 증권사들도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하이투자증권 인수합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어음 발행과 외환 업무 허용 등은 증권업계에서 요청했던 부분”이라며 “현재 예상 효과 등을 분석하고 있고 인수합병과 같은 자본확충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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