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73. 열 살 추정 시추 연두
어린 강아지일 때는 견종, 성별을 불문하고 너무 귀엽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도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고 병이 들지요. 때문에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일 때는 귀여운 순간뿐이 아니라 15년 안팎을 마지막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데려왔던 강아지들이 노견이 되고 병이 들면 더 이상 예쁘지 않다고,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실제 길을 잃은 개가 아닌 버려진 개들은 나이가 많거나 몸이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죠.
지난달 9일부터 매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리는 유기동물의 새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인 ‘유기동물행복찾기’캠페인에 나오는 개가 있습니다. 4㎏도 채 안 되는 작은 몸집의 시추종 연두(10세 이상 추정·암컷)인데요, 귀여운 외모와 달리 몸 속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연두는 구조된 이후 밥도 잘 먹지 않고 힘없이 누워만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처음에 얌전한 줄로만 알았는데요, 검진을 해보니 비장에는 악성으로 의심되는 8㎝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슬개골이 탈구되고, 고관절에도 이상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건 바로 심한 염증으로 인한 이빨 문제였습니다. 결국 앞니 3개만 남겨두고 다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스케일링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동물 스케일링의 경우 마취를 해야 하는데 심한 빈혈 증세를 보이고 심장 상태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우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무사히 스케일링을 마친 연두는 밥도 잘 먹고 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달려오기도 하고, 현재 임시 보호자가 외출하려고만 해도 자기를 데려가라고 짖는 사람 바라기 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많이 혼나서일까요. 사람이 손만 들어도 작은 몸으로 포복자세를 취하면서 무서워한다고 해요.
연두는 앞으로 종양의 상태를 확인한 후 건강상태에 따라 다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몸이 아프다고 버려진 연두의 마지막까지 품어줄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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