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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올림픽에선 우리가 두려워할 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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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올림픽에선 우리가 두려워할 팀이 없다”

입력
2016.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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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리우올림픽 기간 설기현(37) 성균관대 감독이 쓰는 축구칼럼 ‘설기현의 레즈 잇츠 온’을 연재합니다. 레즈 잇츠 온(Reds, It’s on)은 리우를 붉은 물결로 넘치게 만든다는 의미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두 차례 월드컵 무대에 선, 설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성균관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자율 축구’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축구 철학이 담긴 글을 기대해 주십시오.

설기현 성균관대 축구감독.
설기현 성균관대 축구감독.

‘올림픽’하면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솟구친다.

시드니올림픽은 지금의 ‘설기현’을 만들어준 발판이 된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뛰며 본선행에 힘을 보탰다.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고 2000년 1월 호주에서 열린 4개국 올림픽대표 친선대회와 곧바로 이어진 뉴질랜드와 원정 친선경기에서 괜찮은 활약(당시 4경기 연속득점)을 보였다. 당시 올림픽과 국가대표 사령탑을 겸임하던 허정무 감독님(현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은 나를 즉시 국가대표에 발탁해 기회를 주셨다. 그 때부터 2002년 한ㆍ일월드컵까지 쭉 태극마크를 달아 4강 신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반면 깊은 아쉬움이 남는 대회도 올림픽이다.

나는 정작 시드니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해 출전이 무산됐다. 연령 제한이 있는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인생에 단 한 번 나갈 수 있는데 때를 놓치고 말았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월드컵보다 올림픽이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무대다. 성균관대 제자 중 한 명도 리우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일찌감치 프로로 뛰어들었다. 프로팀에서 주전으로 뛰어야만 올림픽에 갈 확률이 높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나는 그 녀석이 분명 한 뼘 더 성장했을 거라 믿는다. 한국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내가 나가지 못한 시드니에서는 2승1패라는 조별리그 최고 성적을 올리고도 골득실에 밀려 아쉽게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8강까지 갔고, 4년 전 런던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행운이 따르거나 기적이 일어나서가 아니다. 적어도 23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번 대표팀 역시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피지와 1차전(한국시간 5일 오전 8시)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피지가 최약체로 평가 받지만 베일에 가려진 팀이기도 하니 우리 선수들이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그라운드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대략 큰 그림만으로 상대가 어떤 팀인지 알고 나갈 때와 우리 선수들이 각자 포지션에서 맡을 상대선수의 스타일과 습관, 버릇까지 다 파악하고 났을 때 자신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부분만 잘 준비한다면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 후배들아, 적어도 올림픽에서는 우리가 두려워할 팀은 별로 없단다.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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