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대 앞두고 TK 의원들과 오늘 회동 잘못” 공개 비판
“비주류 대표 되는 게 당에 도움, 정병국-주호영 단일후보 지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비박계 수장인 김 전 대표와 청와대 사이는 이전에도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대표 시절 중요 고비마다 번번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굽혀온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김 전 대표의 ‘반기’는 박 대통령이 8ㆍ9 전당대회를 닷새 앞둔 4일 오전 대구경북(TK) 지역 초선 의원들을 만나기로 한 게 발화점이 됐다. 청와대는 TK 초선들이 지난달 중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찬 등 그간 여러 경로로 박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한다. 영남권 신공항 무산에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로 요동치는 TK 민심을 듣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박계는 TK 초선들의 청와대 회동을 전대를 앞둔 친박계 표 결집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 깃발을 김 전 대표가 든 모양새다. 김 전 대표는 민심투어 3일째인 3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주류가 당 대표 되는 게 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정병국ㆍ주호영 두 후보 중 단일화하는 후보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친박계 불가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박계 대표를 위해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민심 소통 행보를 전대에 영향을 미치려는 꼼수로 왜곡했다며 반발과 성토 분위기가 최고조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사건건 그런 식으로 보면 국정 운영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김 전 대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가 민심투어 취재 기자들과 식사 중 의도적으로 대통령과 TK 초선들의 회동 계획을 흘렸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전 대표의 행보를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이해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도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여당 내 야당’ 자리매김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표의 오월동주는 끝났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평가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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