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증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폭스바겐에 대한 처벌이 반쪽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갈등 사건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소음공해 부분에 대해선 관련 법에 과징금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한 푼도 물리지 못했기 때문. 정부는 뒤늦게 과징금 신설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인해 폭스바겐에 솜방망이 처벌만 한 꼴이 됐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종은 배출가스 성적 조작 24종과 소음 성적 조작 9종(중복 1개 포함)으로 나뉜다. 이중 배출가스 성적 조작 차종(5만7,000대)만 과징금 178억원이 부과됐다. 전체 인증 취소 차량의 3분의 1(2만6,000대)에 해당하는 소음 성적 조작 차량은 차량 소음을 규제하는 소음ㆍ진동관리법에 과징금 부과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소음ㆍ진동관리법은 차량 인증 과정에서 일정한 속도(시속 50㎞)로 달리다 급발진했을 때(가속주행소음),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배기소음), 경적을 눌렀을 때 소음 기준을 차종에 따라 74~112데시벨(㏈) 이하로 정하고 있다. 만약 서류를 조작해 이런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면 차량 인증이 취소된다. 그러나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조작했을 때 매출액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매기는 대기환경보전법과 달리 소음진동법에는 과징금 조항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연비와 관련이 있는 배출가스와 달리 소음은 조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없어 범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에서 소음 성적을 위조해 차량을 인증 받은 사례는 폭스바겐이 처음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음 역시 연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이며,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기 소음을 낮추려면 배출가스 양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각종 장치를 달게 되면 차량 성능(연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관행적으로 엉터리 소음성적서를 제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소음성적서 관련해서 기술적인 문제가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소음공해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배출가스만큼 실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1991~2015년 발생한 환경분쟁 사례 3,495건 가운데 85%가 '소음 및 진동' 때문에 벌어졌다. 게다가 차량 소음은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대 연구진은 ‘자동차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10㏈씩 커질 때마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은 2.8%씩 증가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도 법의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과징금 조항 신설 등)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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