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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일감 몰아주기… 뇌물범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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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일감 몰아주기… 뇌물범죄의 진화

입력
2016.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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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공여자와 사업상 거래 가장

금품 수령하지 않고도 이득 챙겨

강만수ㆍ진경준 등 잇따라 적발

“내가 잘 아는 업체가 있는데, 그 곳에 일감을 좀 주도록 하라.”

최근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유형의 뇌물수수 범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뇌물 공여자와 주변인의 ‘사업상 거래’를 가장해 공직자 자신이 직접 금품을 수령하지 않고서도 실질적인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경우가 그 동안 허다했음을 보여준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재임 시절(2011년 3월~2013년 4월), 대우조선해양 측에 자신의 종친 또는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두 곳에 일감을 주거나 자금 투자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갑’이어서 대우조선 경영진으로선 이 같은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강 전 회장은 이명박(MB) 정부 ‘실세 중 실세’였다.

대우 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대우 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대우조선이 정상적 경영 판단을 했을 경우, 해당 업체들이 대우조선에서 일감이나 투자를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대구 소재 신생 건설사(2007년 설립)인 W사는 2011년 매출액이 13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일감을 집중 수주하면서 2012년부터 매출액이 30억~40억원대로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으로부터 지분투자(10억원)에다 연구개발(R&D)비 등 수십억원을 지원받은 바이오업체 B사도 2010년 당기순손실이 12억원에 이를 만큼 재무상태가 나빴다. W사의 대표 강모(37)씨는 강 전 회장의 종친이며, B사의 경우는 김모(46) 대표를 포함해 주요 주주들 대부분이 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강 전 회장의 지시나 요구가 있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했던 거래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부당 거래’는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도 발견됐다. 장장 8개월 동안 진행된 포스코 비리 수사다. 검찰은 이상득(81)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9~2010년 포스코의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측근과 지인 업체 두 곳에 26억원 상당의 외주용역권을 주도록 요구한 사실을 확인,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병석(65) 전 의원도 동일한 수법으로 측근들에 9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실세 정치인이 포스코 측에 특혜 제공을 먼저 요구한 권력형 비리이자, 본인이 직접 이익을 취득하는 대신 측근들에게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게 한 신종 뇌물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신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러한 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이미 감지했다고 볼 만한 징후도 있다. 주식대박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진경준(49) 검사장은 2009~2010년 한진그룹 관련 내사 사건을 종결한 뒤, 한진 측에 “처남 회사에 일감을 달라”고 먼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해당 회사는 최근까지 한진에서 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금품 수수 방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말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죄’(형법 130조)를 물어 처벌하고 있다.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로 통상적인 뇌물수수와 같고,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된다는 점도 동일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금품수수의 흔적을 최소화해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향으로 뇌물범죄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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