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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ㆍ갈등ㆍ분열… 트럼프 결국 몰락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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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ㆍ갈등ㆍ분열… 트럼프 결국 몰락으로 치닫나

입력
2016.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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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깨진 美 공화 대선 캠프

라이언ㆍ매케인에 적대감 표출

하원의원은 “클린턴 지지” 분열

오바마 이어 佛 올랑드도 포문

“권위주의 탓 美 민주주의 위기”

당선확률 클린턴의 3분의 1 수준

공화 일부 “대선 포기하자” 목소리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2일 버지니아 주 애쉬번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유세에서 우는 아이 부모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해 비난을 받았다. AP 연합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2일 버지니아 주 애쉬번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유세에서 우는 아이 부모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해 비난을 받았다. AP 연합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정치권의 오랜 관행을 깨는 비상식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전례 없는 장면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뭉쳐도 시원찮을 공화당끼리 갈등은 심화하고, 러시아 유착설이 나오더니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트럼프를 맹비난하고, 지지율은 곤두박질하는 데도, 아들까지 가세한 막말은 계속되고 있다.

좌충우돌(左衝右突)

워싱턴포스트는 2일 ‘이것이 몰락 징조인가’라는 기사에서 사과는커녕 전쟁영웅 부모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인 트럼프가 우는 아이에게도 관용을 베풀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이날 버지니아주 애슈번 유세 도중 아기가 울자, 처음에는 “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55초 뒤에 “괜찮다는 말을 엄마가 정말 믿는 모양”이라며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순간 청중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 소식을 들은 민주당 팀 케인 부통령 후보가 플로리다 유세에서 “트럼프가 우는 아기 내쫓았다. 누가 어린 애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차남 에릭의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누이 이반카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에릭은 “강한 여자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대답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2일 당내 경선 지지를 유보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라이언 의장측은 트럼프 지지가 없어도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가 2일 당내 경선 지지를 유보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라이언 의장측은 트럼프 지지가 없어도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연합

적전분열(敵前分裂)

이날 트럼프는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 부모와의 논쟁에서 상대방을 두둔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존 매케인(애리조나)ㆍ켈리 아요테(뉴 햄프셔) 상원의원에 대한 당내 경선 지지를 유보했다. 대선 후보가 원내 서열 1위 하원의장과 유력한 현역 상원의원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위스콘신 주에서 당내 경선을 앞둔 라이언 의장에 대해 “우리에겐 매우 강한 지도력이 필요한데 (라이언을 지지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대신 경쟁자에 대해 “훌륭한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6선에 도전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참전용사들을 위해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3선의 리처드 한나 하원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참모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등 지지세력의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내우외환(內憂外患)

트럼프는 경쟁정파 소속 현직 대통령의 강도 높은 공격과 외국 지도자의 선거 개입이라는 변수에도 휘말려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주요 이슈들에 대한 기본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공화당 지도부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유세장이 아닌 공적 업무를 진행하는 백악관에서 상대당 대선후보를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질타에 합류했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과도한 언행들은 미국인들마저 구역질을 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권위주의에 빠져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미국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붉은색)와 클린턴(파란색) 지지율 추이. 악재가 계속되면서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지지율이 급락한 걸 알 수 있다.
트럼프(붉은색)와 클린턴(파란색) 지지율 추이. 악재가 계속되면서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지지율이 급락한 걸 알 수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호재는 없고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때 민주당 클린턴 후보를 역전했던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은 큰 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예측시장에서 평가하는 당선확률도 전당대회 직후에는 클린턴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3분의1 수준까지 하락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막말 파문 직전 트럼프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지난달 27일에는 평균 지지율이 45.7%로 클린턴(44.6%)을 1.1%포인트 앞섰으나, 2일에는 46.4%인 클린턴에 4.4%포인트나 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부에서는 대선 승리를 포기하는 대신 상ㆍ하원 다수당 지위 유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일부 경합주 현역 의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와의 절연 선언에 나설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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