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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한중 간 사드 갈등의 본질

입력
2016.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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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는 신뢰손상보다 불신의 소산

중국의 패권 자세로 해결될 일 아니다

북핵 대응에 중국 적극적 역할 있어야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대응해 미국은 한반도 파병과 함께 필리핀에 주둔한 미 해군 7함대를 동원해 대만해협 봉쇄에 나섰다. 한반도 전화(戰禍)를 기화로 중국의 마오쩌둥이 대만 침공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빌미로 미국이 국민당군을 동원해 대륙을 침공하려는 것으로 보고 7함대 철수를 요구했다. 공산진영의 팽창주의에 노이로제가 걸린 미국이나 천신만고 끝에 국민당군을 몰아내고 갓 건국한 중국이 상반된 전략적 사고를 한 데 대해 이상할 것도 없고, 터무니없지도 않다. 상호 교류도, 경제적 결속도, 상대에 대한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정은 당연한 선택이다.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중국은 미군의 한반도 사드 전개를 두고 MD(미사일 방어체계)편입의 일환이며, 대륙 봉쇄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안보 수요를 넘어섰다고 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대응을 위한 자위 수단이며, 중국의 군사 전력을 살피거나 차단할 의도가 없다는 한미 당국의 설득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상당한 체면을 세워 줘도 소용이 없다. 그러한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중국의 논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양국 간의 신뢰 손상”을 운운하며 윤병세 외교장관을 윽박질렀다.

사실은 신뢰의 손상이라기보다 불신의 소산이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당국이 자위적 수단이라는 명분 못지 않게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견제 역할을 못미더워한 결과다. 무시로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뒷짐만 지고 있는 중국에 한계를 느낄 만했다.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과 대응수단을 가진 중국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도 남는다. 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전략적 완충지대를 굳이 훼손할 의도가 없다. 중국 공산당이 내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총과 야포로 무장한 빈약한 전력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명분, 즉 호파당위(戶破堂危ㆍ대문이 부서지면 집이 위험하다)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북핵에서 사드로 옮아온 한반도 정세는 혼란스럽다.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의 대립 전선이 형성될 기미다. 북핵은 온데간데 없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 중국의 보복 조치여부에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류열풍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중국 현지 보도에 주가가 폭락하는 판이다.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반대를 외쳤던 마당이라 대국이 ‘맛보기’라도 보여 줘야 할 판이기는 하다. 말로 행동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말하는 편인 중국의 자세에 비추어 직간접적 압력이 어떤 행태로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책 ‘제2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은 안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드 문제를 놓고 비슷하게 언급했다.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드 배치 문제를 몰아붙이며 찬바람이 쌩쌩 불던 왕이 부장의 표정과 달리 정작 ARF 의장성명에서 사드 문제가 쏙 빠졌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에 대한 중국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는 표현이 없어진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미중 간의 타협이다.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미국의 패권적 도발로 여긴다던 중국이 더 큰 이해 앞에서 물러섰다. 중국의 현실주의적 자세를 보여 준다.

사드 문제의 해결점은 북핵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정상화의 길로 가는 데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때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군사적, 경제적 제재를 운운하는 패권적 자세로 대국의 위엄을 세운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느냐”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물음에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드 문제 역시 불필요한 갈등이 되도록 해야 한다.

/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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