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해서.. 빌려달라”
6년간 수백만원 가로채
아파트 주민 행세를 하며 경비원들에게서 상습적으로 돈을 빌려 가로챈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치료비를 빌려 달라며 접근해 수백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유모(37)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달 8일 성동구 성수동 한 아파트 경비실에 근무하는 정모(67)씨에게서 응급 치료비 명목으로 현금 20만원을 빌리는 등 2010년부터 6년간 서울ㆍ경기 지역 아파트를 돌며 경비원 26명으로부터 670여만원을 받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유씨는 일부러 코피를 낸 뒤 피가 묻은 휴지를 손에 감은 채 경비원들에게 다가가 “손을 크게 다쳐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당장 돈이 없다. 가족들이 집에 오면 바로 갚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 180㎝에 인상도 좋은 30대 젊은이의 다급한 부탁에 경비원 대부분은 도움을 뿌리치지 못했다. 또 유씨가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접근한 탓에 경비원들은 지갑에서 현금을 바로 내주거나 아파트 인근 자동화기기(ATM)에서 돈을 뽑아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선뜻 치료비로 건넸다. 정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달 28일 관악구의 한 PC방에 숨어있던 유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한없이 친절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경비원의 처지를 악용한 범죄”라며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 여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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