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가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게로 확대됐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일 강 전 회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투자자문회사와 경제연구소 사무실, 대구 건설업체 W사와 전남 고흥의 바이오 관련 업체 B사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구속된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 측에 W사와 B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투자하도록 한 혐의를 잡았다고 한다.
강 전 회장은 산은 계열사인 대우조선을 통해 친인척ㆍ지인 등이 운영하는 회사를 밀어주도록 한 뒤 최종적으로 그 이득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했다는 혐의가 있다. 이는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포스코를 통해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측근들 회사에 외주 용역을 몰아주게 한 뒤 이득을 취한 방식과 닮았다. 강 전 회장 종친이 운영하는 W사는 대우조선에서 수십억원대 공사를 수급했다. 덕분에 W사는 2011년 1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4년 66억원으로 늘었다. 강 전 회장의 지인들이 주요 주주인 B사는 2011년 대우조선과 계열사로부터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중 극히 일부만 연구ㆍ개발(R&D) 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나머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행방을 좇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실세로 기획재정 장관을 지낸 강 전 회장의 혐의는 대우조선에서 수조원대의 분식 회계와 경영 비리가 불거진 것과 무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은 계열사인 대우조선이 사장부터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회계 조작을 하고, 경영진이 사적으로 회사 사업에 개입해 이득을 취하는 것을 강 전 회장이 막지 못했거나 눈감은 혐의도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대우조선 비리는 정치권력의 낙하산, 산은 금융감독기관 회계법인 등의 합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산은을 정점으로 하는 부실 계열사와의 검은 먹이사슬 구조를 철저히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막대한 혈세 투입을 부른 이 같은 비리가 두 번 다시 빚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수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지난 1월 출범한 이후 처음 맡은 대형사건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나 대우조선을 뒤졌지만, 정치권 실세들이 연루되면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으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검찰의 위신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에서만큼은 한 점 의혹 없이 비리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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