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현지 생산ㆍ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경영에 나선 정 회장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침체된 러시아 시장에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정 회장은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호텔로 현지 공장 주재원 부부 등 10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여러분들이 바로 애국자”라고 격려했다. 이어 3일 공장을 방문해 “어려움에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시장이 회복 됐을 때 현대차 브랜드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2년 294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올해 판매량은 절반 수준인 140만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60만대로 전년 대비 35.7%나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32만4,701대를 팔며 선전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은 13.5% 감소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20.3%(2014년 15.1%)로 늘렸다.
최근 경제 위기로 지엠(GM)과 중국의 장화이 자동차(JAC)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오히려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일시적인 수익 감소를 견디며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 앞으로 러시아 경제가 회복됐을 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현지 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의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지난해 인도 시장에 출시돼 큰 인기를 끈 크레타는 최근 러시아에 불고 있는 SUV 열풍에 맞춰 이달부터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공장 점검을 마친 정 회장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