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자해공갈단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면허 취소나 면허 정지 등으로 운전면허가 없는 농촌지역 노인 90여명에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수억원의 합의금을 뜯어낸 자해공갈단 4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쫓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모(68)씨 등은 지난해 10월 15일 정오께 천안시 성환읍 한 도로에서 송모(61)씨가 몰던 1톤 화물차에 살짝 부딪친 뒤 치료비로 1,500만원을 뜯어 냈다. 이들은 비슷한 수법으로 2012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96명으로부터 4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면허 취소 후 새로 운전면허 취득을 하려고 운전면허시험장이나 도로교통공단을 방문한 사람들을 노인들을 노렸다. 60∼70대 노인들의 서류를 훔쳐봐 면허 취소 여부와 사는 곳을 알아낸 뒤 피해자가 운전할 때까지 길게는 3일이나 잠복을 하기도 했다.
공갈단은 피해자들의 차량 대부분이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화물차인데다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폐쇄회로(CC)TV가 적은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노렸다.
피해자 대부분은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상태에서 이른 아침 농기구를 실은 화물차를 몰고 들녘에 나가다가 이들의 덫에 걸렸고, 무면허 운전을 했다는 약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각각 200만∼1,500만원의 합의금을 뜯겼다.
주범 최씨 등은 20여년 전부터 무면허 운전자를 상대로 한 자해공갈 등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길 꺼리는 노인 피해자들의 특성을 악용해 사고를 낸뒤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했다”며 “무면허 운전 근절교육과 피해 예방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갈취범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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