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들춰 보장금액 축소하고
건강한 사람 비싼 상품 가입 유도
과거 질병을 앓았던 ‘유병자’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간편심사보험에서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오래 전 병력까지 끄집어 내 보장수준을 축소하거나 건강한 사람까지 일부러 이 보험에 가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3일 이런 관행을 근절시키겠다고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28개 보험사가 판매 중인 간편심사보험은 지병이나 병력이 있는 사람도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가입심사 항목을 대폭 줄인 상품. ▦최근 3개월 내 입원ㆍ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 ▦2년 내 입원이나 수술 ▦5년 이내에 암 진단 등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된다. 가입 문턱을 낮춘 대신 보험료는 보장 수준이 비슷한 일반심사보험보다 1.1~2배 비싸지만 2013년 63만여명에서 올해 6월말 202만여명으로 가입자가 급증할 만큼 인기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과거 병력을 들춰내 보장금액을 줄이는 ‘꼼수’를 부렸다. 가령 암, 심근경색, 뇌출혈 등에 2,000만원씩을 보장한다는 상품 설명서와는 달리, 6년 전 급성 심근경색 입원 경력을 근거로 실제 가입 후 보장한도는 심근경색, 뇌출혈에 각 100만원, 암은 1,000만원으로 줄이는 식이다. 또 가입자가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임에도 일반심사상품이 아닌 보험료가 비싼 간편보험상품에 가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금감원은 “20개 보험사가 46개 상품에서 이런 행태를 보였다”며 “편법 판매 관행을 개선하라고 지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103개 치매보험상품 중 경증 치매를 보장하는 상품이 5개(4.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체 치매환자 중 경증치매환자가 84.2%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혜택을 받는 가입자는 거의 없고 보험료만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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