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와 짜고 57억여원 챙겨
허위 보험금 5,900여건 청구
경찰, 기획실장 구속영장 신청
환자 169명도 불구속 입건
한방병원을 개원한 후 아프지 않은 환자를 입원시키는 수법으로 보험금 57억여원을 챙긴‘사무장 병원’과 가짜 환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허위 보험금을 5,900여 차례에 걸쳐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일 한의사와 짜고 한방병원을 개원한 뒤 가짜 환자를 입원시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 57억여원을 타낸 김제 모 병원 기획실장 A(33)씨에게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사장 B(6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실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신상정보를 제공해주고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19억여원을 타낸 환자 C(49)씨 등 16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A씨 등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올 2월까지 김제에 사무장 병원을 차려놓고 환자들을 서류상으로만 입원시켜 건강보험금 57억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가짜 환자 169명 중에는 2년 동안 434일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생명보험금이나 상해보험금을 챙겼으며, 한 가짜 환자는 일반 회사원 연봉을 훌쩍 넘는 4,600여만원을 받았다.
이 같은 가짜 환자는 병원 이사장과 기획실장이 직접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지거나 운동하다 경미하게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직접 가짜 환자 행세를 권유했다. 또한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성형시술을 권하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진단명을 조작해‘공짜 성형시술’도 해줬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기(氣)가 나오는 돌침대’를 완비했다며 과장광고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친구 등 주변 지인에게‘아프거나 다치면 연락해라, 장기간 입원시켜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가짜 환자를 유치했다.
이런 수법으로 가짜 환자들을 확보한 이들은 병원을 운영하며 월급 의사에게는 매일 입원실 회진을 돌지 않고 진료기록부에‘환자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서명만 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사무장 병원은 내원한 환자의 부상 정도와 관계없이 치료일을 부풀려 바로 입원할 수 있게 했다”며“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피의자 등을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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