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기자회견에서 난민팀 소속 10명 모두 참석
시리아와 콩고민주화국 등 내전 피해 피난길…국기 대신 오륜기 달고 리우올림픽 출전
“내전으로 꿈을 잃어버린 난민들이 우리를 보며 꿈을 되찾길 바랍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난민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의 관심은 온통 시리아 출신 수영선수 유스라 마르디니(18)에게 집중됐다. 그는 난민 대표팀의 대표답게 올림픽 사상 첫 난민팀 대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소감에 대해 “우리는 서로 언어도 다르고 출신 국가도 다르지만, 오륜기 아래에서 하나로 뭉쳤다”며 “개회식 스타디움에 발을 디딘다면 나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난민이 생각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시리아에서 촉망 받는 수영선수였던 마르디니는 지난해 8월 내전을 피해 고향 다마스쿠스를 떠나 유럽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레바논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던 도중 에게 해에서 타고 있던 보트의 엔진이 고장 나 침몰할 위기에 놓이자 마르디니는 수영선수로 함께 활동했던 친언니와 바다에 뛰어들었고 3시간 30분 가량 직접 배를 밀어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마르디니의 용기에 감명을 받은 올림픽 관계자는 리우올림픽에 대비해 훈련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했고, 결국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난민팀에 포함돼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마르디니는 “그 동안 힘들 때가 많았지만 우리에게서 희망을 보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을 다잡게 했다”며 “우리를 통해 난민 사태와 같은 일이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육상선수 5명(남수단)과 유도선수 2명(콩고민주공화국), 수영선수 2명(시리아), 육상선수 1명(에티오피아) 등 총 10명의 난민팀 선수가 모두 참석했다. 유도 남자 90㎏급에 나서는 콩고 출신 포폴레 미셍가(24)는 1996년 시작된 내전의 상처로 어머니를 잃고 형과도 이별했다. 그는 “지나간 슬픔은 잊고 리우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해서 메달을 따고 싶다”며 “이제 그 시간이 왔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시리아에서 온 수영선수 라미 아니스(25)는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해달라. 어두운 과거에 대한 질문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난민팀 내 최고령인 에티오피아 출신 마라톤 선수 요나스 킨테(36)는 “전세계 난민들의 힘을 북돋워 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뛰고 또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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