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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길고양이 지킴이들이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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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길고양이 지킴이들이 늘어나는 이유

입력
2016.08.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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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길고양이 모임인 ‘광복관 고양이’의 김윤영씨가 급식소를 들러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최예원 제공
연세대 길고양이 모임인 ‘광복관 고양이’의 김윤영씨가 급식소를 들러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최예원 제공

지난 6월 서울 연세로 연세대학교 내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벽보가 붙었다. 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선 길고양이 돌보는 것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자는 주장은 고양이 울음소리 등으로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본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최예원씨는 생각이 달랐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양이들이 학교를 떠날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배고파서 쓰레기를 헤쳐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최씨는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꾸준히 돌본다면 시끄러움이나 쓰레기를 헤쳐놓는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길고양이를 돌보고, 길고양이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개설된 연세대 길고양이 돌보미 페이지 ‘광복관 고양이 조용히할개오’뿐 아니라 국민대의 ‘고양이 추어오’, 고려대의 ‘고양이 쉼터’, 한양대의 ‘십시일냥:왕십리캠’등 대학교 캠퍼스 내 길고양이를 돌보는 모임들이 지난 해 말부터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자발적으로 역할 분담·소통은 SNS로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길고양이 돌보는 역할을 분담하고,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소통한다.

지난 해 11월 가장 먼저 길고양이 돌봄 활동에 나선 국민대학교의 경우 50여명의 회원이 ‘추어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4곳의 급식소에서 15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다. 추어오는 유행하고 있는 ‘~애오’말투를 변용한 것으로 추워요라는 뜻이다. 이들은 ‘학교와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였고, 현재 서명한 인원은 500여명을 넘어섰다.

국민대에 이어 한달 늦게 생긴 고려대의 ‘고양이쉼터’에도 50여명의 부원들이 가입해 있다. 당번을 정해 사료 공급을 담당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 활동도 한다. 지난 1일부터는 추가 부원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인근 식당 주인들에게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홍보자료를 제작해 배부키로 했다.

지난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한양대의 ‘십시일냥’도 32명의 부원들이 성묘기준 20마리 안팎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생긴 연세대의 ‘광복관 고양이’는 약 20마리의 고양이의 사료 급여와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정기적 급여에 그치지 않고 교내에 정식 급식소와 쉼터 설치를 위해 총학생회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길고양이가 국민대에 설치된 급식소에서 사료를 먹고 있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페이스북
길고양이가 국민대에 설치된 급식소에서 사료를 먹고 있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페이스북

비용과 시간 소요·욕설 위협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이 쉽지만은 않다. 사료나 급식소 설치 등에 비용도 따르고, 또 동물 전문가들이 아니다 보니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 등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씨는 “동물병원과 일정 등을 조율해 고양이를 포획하는 데 한번은 포획 날짜가 기말고사 시험일이었다”며 “공부할 것도 많고 너무 피곤했지만 고양이들이 마음대로 잡혀주질 않았고 결국 그날은 포획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돌봄 활동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대응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려대의 ‘고양이 쉼터’의 학생들은 처음에 실명을 사용하다 가명으로 바꿨다. 이들에게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또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고양이 밥그릇을 발로 차고 대놓고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혐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 저녁에 먹이를 줄 때는 두 사람이 함께 다닌다.

‘고려대 고양이 쉼터’가 설치한 집에서 길고양이들이 쉬고 있다. 고려대 고양이 쉼터 페이스북
‘고려대 고양이 쉼터’가 설치한 집에서 길고양이들이 쉬고 있다. 고려대 고양이 쉼터 페이스북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건 SNS덕분

길고양이들이 캠퍼스 내에 최근 들어 살게 된 것은 아닐 텐데 길고양이 지킴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대학교 내는 잔디나 나무가 우거진 곳이 많고, 또 식당이나 매점 주변에 먹을 것이 많다 보니 그동안에도 길고양이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때문에 예전부터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암암리에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회관계형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같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쉬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을 두고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이제 길고양이는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이슈가 되어버린 측면도 작용했다.

최예원씨는 “학교에 먹거리가 많다 보니 고양이들은 항상 많은 것 같고, 예전부터 고양이를 돌보던 사람들은 있었다”며 “최근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함께 활동할 사람을 모으고, 관련 내용을 알리기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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