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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VR-더 이상 모순어가 아니다

입력
2016.08.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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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VR(Virtual Reality)이 세계적 화두가 되었다. ‘가상 현실’이 실생활에 응용되면서 수요와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그런데 Virtual reality는 언어 구성으로 보면 앞뒤 단어가 상호 반대되는 모순어로 되어있다. 얼마 전 컴퓨터와 인간의 바둑에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가 나온 것도 상호 모순된 조합이다. Intelligence는 ‘이미 타고난 지적 능력’을 말하는데 이 앞에 ‘인공적인’이라는 말은 전후 연결에서 상반된 개념이다. 이러한 모순어(oxymoron) 중에는 ‘Open secret’, ‘Act naturally’, ‘Found missing’, ‘Living dead’, ‘Liquid gas’, ‘Wise fool’등이 있는데 외견상 모순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개연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마트폰 화면에 실제 거리를 배경으로 삼은 포켓몬이 나타나면 이를 따라가면서 게임을 하는 ‘포켓몬 고(Pocketmon go)’의 경우가 ‘가상의 것을 현실에 접목한 사례’다. 응용 방법에 따라 ‘가상현실’이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경험자들의 말을 듣다 보면 우리는 ‘Virtual(가상의)’이라는 낱말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가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조종사들이 Flying simulation으로 훈련을 받는데 이것이야말로 이미 실제 상황에 응용된 VR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에 의하면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훈련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단어만 보면 모순 단어의 조합이지만 더 이상 ‘모순어’가 아니라 ‘강조하고 덧붙이는 강조어’로서의 Pleonasm이 될 수도 있다. Pleonasm은 그리스어 ‘pleon’에서 온 것인데 영어로는 excessive, abundant (남아도는, 추가의)의 뜻이다. 가령 ‘invited guests’의 경우 ‘초대된 손님’인데 손님이라는 의미 속에는 이미 초대받은 사람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이는 중복이다. 마찬가지로 cash money, burning fire, end result, all together 등도 모두 췌언이라 부른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가상 현실’(VR)을 더 이상 ‘가상’으로 부르지 않고 ‘실제 같은’ ‘실제처럼 만든’의 ‘중복 강조어’로 해석하자는 주장도 많다. 거주민(resident)과 외계인(alien) 단어를 합치면 resident alien이 되는데 이는 ‘거주하는 외국인’이지 모순어 조합은 아니다. ‘Sad smile’도 ‘슬픈 미소’라는 엄연한 표현이 가능해진다. 옛날에는 paper towel을 모순어로 보았지만 이제는 주방의 필수품이 되었고 안경 렌즈 중에도 plastic glasses가 있는데 이는 ‘플라스틱 유리’가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로 된 안경을 말한다.

기술 발달은 반대어 조합을 특성이나 강조어로서 활용하도록 재촉한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상행위에 세금이 부과되면서 Virtual tax 얘기가 나오고 Bitcoin처럼 virtual coin도 있고, 휴대폰의 가상 화폐(virtual money)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 때 cyber space라고 부르던 인터넷이 이제는 현실이 된 것처럼 virtual이라는 조합어는 시대가 지나면서 ‘more realistic’이라는 의미의 강조어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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