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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요? 지금 리우는 모기 서식 어려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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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요? 지금 리우는 모기 서식 어려운 봄"

입력
2016.08.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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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당한 적 한번도 없다" 교민들 치안불안 과장 보도 원망

관광객 스마트폰 들고 거리 활보… 일반 도로는 주차장 방불 '지옥'

3일 브라질의 군인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리우=AP연합뉴스
3일 브라질의 군인이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리우=AP연합뉴스

“기자 양반, 어떻습니까? 진짜 사람이 못 살 정도입니까?”

2010년 남아공월드컵 취재를 갔을 때 한국 기자들은 현지 교민들에게 종종 가시 돋친 말을 들어야 했다. 교민들은 월드컵 때 한국 응원단이 대거 넘어와 특수를 누릴 거란 장밋빛 꿈을 꿨다. 하지만 남아공 치안이 불안하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응원단 규모가 쪼그라들자 기자들의 과장 보도 때문이라며 원망을 쏟아낸 것이다. 실제 남아공에서 일부 기자가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경미한 사고는 있었지만 생각만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현지시간 2일 오전 올림픽 개막을 앞둔 리우에 도착하자 6년 전 남아공이 떠올랐다.

리우로 출국할 때 지인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아내는 “네 살인 딸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위험한 곳에는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외교부 직원의 지침에 따라 치한을 만났을 때 바로 건넬 수 있는 30달러가 든 가짜 지갑도 준비했다. 하지만 적어도 리우 입성 첫날 분위기는 그리 험악하지 않았다. 출국전에는 “길거리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보이는 건 곧 폰을 가져가라는 말이다”라는 경고를 받았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통화를 했다. “한 블록도 걷지 마라”고 들었는데 기자는 숙소와 길 건너편 MPC(메인프레스센터)를 별 어려움 없이 왕복했다. 상파울루에서 20년, 리우에서 10년을 살았다는 교민 임충식 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여전히 불안한 구석은 있다.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시(市)는 올림픽 기간 시내 무장경찰 인력을 평소 대비 33%나 추가 배치했다. 리우 인근을 지킬 치안 인력은 군인 2만2,000명을 포함해 총 5만5,000명 규모다. 경기장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이날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수상한 가방이 발견돼 취재진이 비상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공사 등에 사용하는 공구 가방으로 밝혀져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난 1일에는 올림픽파크 내 벨로드롬 임시 숙박시설에서 시설 경비원이 잠자던 여성 소방요원의 셔츠 속으로 손을 넣었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리우의 빈민촌을 뜻하는 ‘파벨라(Favela)’는 리우에만 300곳이 넘는데 여전히 함부로 갈 수 없다. 관광 투어 형태로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를 타고 구경할 수 있으며 사진 촬영도 사전에 정해진 곳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치안과 함께 올림픽의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 지카 바이러스 주의보도 아직은 체감하기 힘들었다. 일단 모기가 서식하기 쉽지 않은 날씨다. 남반구인 브라질은 지금 겨울이다. 정확히 말하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리우의 봄’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다소 무덥고 나머지 시간은 반팔 차림이면 쌀쌀함이 느껴진다. 밤이 되면 한낮보다 20도 가까이 기온이 떨어질 정도로 일교차가 크다.

올림픽 셔틀버스는 전용도로를 통해 쌩쌩 달리는 반면 나머지 차선은 꽉 막혀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올림픽 셔틀버스는 전용도로를 통해 쌩쌩 달리는 반면 나머지 차선은 꽉 막혀 있다. 리우=윤태석 기자

반면 교통지옥은 예상대로였다. 각국 선수단과 관계자는 얼마 전 완전 개통한 올림픽 전용도로 덕분에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일반 도로는 넘치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의 김포공항이라 할 수 있는 산투스 두몬트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35km 거리인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 택시기사는 “평상시면 20분 정도면 가는데 요즘은 1시간 넘게 걸린다”고 푸념했다.

리우는 원래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올림픽 단지가 조성된 신시가지는 도로 정비로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구시가지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승용차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보통 오전 6시면 집을 나선다. 교민 임씨는 “남미 사람들은 약간 나태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최소한 리우의 출근길만 보면 한국보다 부지런하면 부지런하지, 절대 게으르다 할 수 없을 것이다”고 웃음 지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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