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취소 땐 학교 우스워져”
“돈 주고 학위 사는 길” 비난에
“다양한 단과대학을” 주장도
동문 의견 분분… 사태 확전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인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놓고 불거진 이화여대 사태가 졸업생의 참여로 확전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총동창회를 비롯, 졸업생들까지 대거 평단 설립에 반대하며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사태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엿새 째인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총동창회 사무실에는 김영주 총동창회장과 동창회 각 단과대 대표 10여명이 모여 평단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는 최경희 총장도 참석해 2시간30분 정도 머물렀다. 학교 관계자는 “최 총장이 동창회 대표들에게 평단 사업 취지 등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동창회 대표들은 최 총장과의 면담에서 “평단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많은 교우들이 (평단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교육부로부터 사업 중단에 따른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화여대의 철학을 갖고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사업안을 반대 목소리를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학교를 우습게 만드는 일”이라며 평단 설립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또 “본관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이 반성하지 않는 한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생각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졸업생들은 재학생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RETURN(반납)’이라고 적힌 붉은색 도장을 졸업장 사본에 찍어 학교 정문에 부착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문 앞에 모인 졸업생 수십명은 공식 성명을 통해 “평화적 소통을 거부하고 대화를 요청하는 학생들의 건의에 거짓말과 강경진압으로 대응한 최 총장과 학교를 규탄한다”며 평단 반대 의사를 밝혔다. 06학번 졸업생 회사원 채모(30)씨는 “학교는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평단이 필요하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나 결국 돈을 주고 학위를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졸업생들은 3일 오후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인 본관 앞에서 평단 반대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학교 정책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졸업생들은 미래라이프대 설립이 학교 평판에 미칠 영향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졸업생 한모(35)씨는 “대학이 학위장사에 골몰하면 취업훈련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문탐구 그 자체가 돼야 한다”며 건강ㆍ영양ㆍ패션 등 전공 일색의 미래라이프대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졸업생 이모씨도 “미래라이프대가 과연 내가 배웠던 ‘이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평단 사업에 대해 ‘최종 판단은 학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문도 있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이날 최 총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해마다 고교 졸업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10대ㆍ20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로 대학 구성원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평단 외에 노인대학 등 다양한 단과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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