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과
누리예산 편성 절대 수용 못해”
野는 ‘추경안 처리와 연계’ 의지
정국 주도권 싸고 선명성 경쟁
“국회 공전 길어질 것” 우려 커져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협치’를 다짐하며 개원한 20대 국회가 두 달여 동안 날선 대립만 반복하며 정국이 경색일로로 치닫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12일 통과가 점쳐졌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부터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에 따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여야 대치 전선은 여기저기서 그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의 선명성 경쟁이라는 해석 속에 절충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사안들이어서 국회 공전이 길어질 수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2일 원내지도부가 일제히 나서 추경안 심사지연 등과 관련해 야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병’이 도진 것 같다”며 “두 야당은 제발 늘어난 의석 수만큼이나 국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장하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등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사드 배치가 확정된 경북 성주를 잇따라 방문한 데 대해서도 “어제 국민의당이 촛불집회까지 함께 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드 배치를 갈망하는 많은 국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도대체 국민의당은 안보정당인지 안보불안 정당인지 분명히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등 점차 강경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특히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문제의 경우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최근 세월호 선수 들기 성공으로 선체인양이 본격화한 만큼 조속히 문제를 매듭 지어야 한다는 시민사회 진영의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은 추경안 처리 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추경안이 이달 26일 본회의를 통과해도 늦지 않는다”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은 세월호 특조위 문제,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를 추경안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2일에 추경을 통과하자는 말은 날치기에 가깝게 통과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더 논란거리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어 언제든 정국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아울러 야당들은 우병우 수석 논란, 진경준 검사장 구속 등과 관련해 기소독점주의 폐지와 공수처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거는 등 여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정국 주도권을 노리는 여야의 선명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식물국회로 평가 받는 19대 국회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