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른 리비아 시르테 지역에서 첫 공습을 단행했다. IS가 테러 위협으로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지만 주요 거점인 이라크, 시리아에 이어 리비아 지역에서도 연합군의 공세로 궁지에 몰리며 정작 본거지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리비아 정부의 요청으로 미군이 시르테의 IS 기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사라지 총리 역시 국영방송에서 “미군이 북부 항구도시 시르테의 IS 근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2011년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붕괴된 후 5년 가까이 혼란이 이어졌다.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에 이슬람 성향 정부가 들어섰지만 동부 토브루크에는 세속주의 세력이 장악해 내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국 혼란을 틈타 IS는 지난해 카다피의 고향이자 유명 관광지인 시르테 지역을 장악했고 시르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이로써 당초 200여명에 불과하던 리비아의 IS 조직원은 올해 6,000여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의 시르테 공습은 IS의 유럽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럽은 IS가 시르테의 항구를 유럽 공격의 발판으로 삼는 것을 우려해 왔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지난 2월 “IS 대원이 난민들에 섞여 지중해를 건너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최근 파리, 독일 등에서 IS의 공격이 잇따르며 유럽 내 테러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다. 동맹국인 유럽을 달래기 위한 미국의 추가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쿡 대변인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는 IS에게 리비아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의 공습으로 리비아 내의 IS 세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군은 지난 6월부터 시르테 탈환 작전을 전개해 시르테 남동쪽 30㎞ 지점의 IS의 군사 기지를 탈환했으며 현재 도심 외곽 5㎞까지 진출해 IS와 격렬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도 “지상군 투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군사 작전(공습)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비아뿐 아니라 IS는 소위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국가)’로 선포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3월 IS가 점령했던 고도(古都) 팔미라를 탈환한 데 이어 락까와 알레포를 포위공격 중이다. 미군 주도 연합군과 이라크군은 지난 6월 IS의 남부 요새 팔루자를 점령했고, IS의 핵심 요새인 모술로 진격 중이다. 연합군의 전방위적 공격에 대해 미국의 시리아 전문가 파브리스 발란체는 “IS를 제거하기 위해선 동시다발적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궁지에 몰린 IS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IS 격퇴전에 나선 정부를 흔들기 위해 ‘소프트 타겟(민간인)’을 겨냥한 테러가 확산될 수 있다. IS는 지난 5월 시리아의 서부 해안도시 자블레 등에서 테러를 감행해 177명을 살해했고, 7월에는 바그다드 번화가에서 자폭 테러를 벌여 292명이 사망했다. 패전 위기에 놓인 IS가 시르테 시민을 인질로 극렬 저항에 나설 우려도 제기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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